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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Mar 07. 2021

민성이의 작은 주방

휴직 311일째, 민성이 D+560

'다음엔 제가 뭘 집어볼까요?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 2021.3.3. 우리 집


얼마 전, 아내가 민성이 주방놀이 세트를 주문했다. 최근 부쩍 주방 도구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를 위해서다. 요즘 그에게 집게 하나만 쥐어주면 몇십 분이 '순삭'이다.


아내가 주문하겠다던 주방놀이 사진을 보고, 우리 주방과 정말 비슷해서 놀랐다. 그녀가 말했다. "오빠, 이거 조립하는 데 빠르면 2시간이래."


말은 안 했지만,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 봐야 애들 장난감인데, 2시간씩 붙잡고 있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집으로 배달된 놀이 세트 포장을 뜯자마자 느낌이 왔다. 2시간이면 엄청 빨리 한 거였구나.


말이 장난감이지, 조립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아내가 이번에 주문한 놀이 세트는 냉장고 하나에 싱크대 하나가 붙어있는 형태였는데, 모든 여닫이 문에 달린 경칩을 하나하나 나사로 조여야 했다. 


내 기억으론 지난 주말 오후 5시엔가 조립을 시작했는데, 8시 넘어서 겨우 마무리가 됐다. 나는 아내에게 '민성이랑 좀 놀고 있어, 금방 끝날 거야'라고 했는데, 아내가 민성이를 재울 때까지 조립은 끝나지 않았다.


고생스러웠지만, 그래도 다 조립을 하고 나니 뿌듯했다. 민성이도 좋아했다. 아내는 민성이의 주방을 보더니, 너무 텅 비어있다며 냉장고에 들어갈 야채와 그릇을 사야겠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뒤, 주방을 채워줄 물건들이 도착했다. 냄비와 프라이팬, 도마와 식칼, 그리고 각종 식자재들이 민성이 주방 한편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어제(6일)는 그중 일부를 들고 부모님 집에 갔다. 엄마는 민성이 도마를 보더니, 이건 그냥 가져다 써도 되겠다며 웃었다. 그만큼 아이 장난감은 정교했다.


아이 장난감이 하나둘 늘어난다. 딸랑이를 겨우 쥐고 있던 작은 손엔 이제 미니 도마와 식칼이 들려있다. 내 주방을 마주 보고 있는 민성이의 작은 주방을 볼 때마다, 아이가 꽤 자랐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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