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12일째, 민성이 D+561
어제(7일), 오랜만에 아내와 둘이 영화관에 갔다. 민성이는 부모님에게 맡겼다. 딱 3시간, 덜 힘드시라고 아이 낮잠 시간에 맞춰 부탁드리긴 했지만 그래도 영 마음이 안 좋았다.
아이가 생기면 부부의 시간은 없어진다. 사라진 시간은 돈으로 사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빌려 - 혹은 뺏어 - 와야 한다. 우리는 어제 부모님의 시간을 빌려 영화를 본 셈이다.
그래도 어쩌겠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엄마는 흔쾌히 잘 다녀오라고 했다. 마음은 불편했지만 발은 가벼웠다. 할아버지가 그의 관심을 끄는 사이, 아내와 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모처럼 시간이 난 김에 우리는 과감히 외식도 감행했다. 메뉴는 파스타, 그러나 음식은 영화 시작 직전에 겨우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아내와 난 10분 만에 파스타를 코로 흡입한 뒤, 상영관으로 달려갔다.
육아도 육아지만, 코로나 때문에도 한동안 영화관에 가기 어려웠다. 어제 우리가 찾은 상영관도 반 이상이 비어있었다. 영화보기는 편했지만, 마음 한구석엔 안타까움이 자리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걸까.
영화는 얼마 전 개봉한 '미나리'로 골랐다. 골랐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다. 볼 영화가 그뿐이었다. 볼만한 영화가 그뿐이었다는 게 아니고, 실제로 개봉한 영화 자체가 거의 없었다.
내가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창구인 라디오에서 워낙 미나리 얘기를 많이 들었기에, 개봉하면 꼭 보고 싶었다. 영화는 재미있었다. 따뜻하고, 유익했다.
최근 개봉작이니만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적지 않으려고 한다. 다만, 영화엔 민성이보단 나이가 많은 남자아이가 등장하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민성이가 떠올랐고, 감정 이입이 됐다. 아내도 그랬을 것이다.
아이가 특별히 민성이와 닮은 점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 그저 내가 아빠가 됐기 때문이다. 아빠 이전과 이후 영화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건 - 특히 아이가 나온 영화라면 더욱 - 당연하다. 어제, 다시 한번 그걸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