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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Mar 11. 2021

뒤치다꺼리의 시작

휴직 315일째, 민성이 D+564

'도둑 잡아라! 강민성 경찰관 나가신다!' / 2021.3.10. 어린이집


민성이 콧물이 줄었다. 증상을 보이자마자 병원에 가서 항생제 처방을 받은 게 유효했던 것 같다. 그래도 안심은 이르다. 감기는 한 번에 확 잡아야 하는 법! 어제(10일)도 아침 일찍 소아과로 향했다.


병원 진료를 보고 아래층 약국에 가서 약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민성이가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여자아이에게 성큼 다가갔다. 너무 빨랐다. 잡을 틈도 없었다.


여자아이는 비타민 캔디 봉(?)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민성이가 그걸 봤나 보다. 그는 여자아이를 살짝 밀친 뒤 손을 뻗어 장난감을 빼앗으려 했다. 다행히 그전에 제지했다. 


민성이를 아이와 떨어트린 뒤 그의 어깨를 잡는다. "민성아, 그렇게 하면 안 돼. 누나 놀라잖아." 부드럽지만 단호한 말투로 타이른다. 민성이는 더 이상 떼를 쓰지 않았다. 


사흘 전 어린이집에서 친구 얼굴에 상처를 냈을 때도 이러다 그런 거구나 싶었다(아이가 친구 얼굴에 손을 댔다). 약국에서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아이를 보며, 어떻게 이런 행동을 바로 잡아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약국에 들른 김에 연고와 반창고를 샀다. 악당 강민성 손에 상처를 입은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다. 그제 밤 아내는 맘까페 몇 곳을 뒤적이더니, 그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민성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준 뒤 곧장 시내 유기농 매장에 들렀다. 연고랑 반창고만 건네기 뭐해서, 간식거리를 조금 사서 함께 선물할 요량이었다. 매대에서 아이 과자 두어 개와 과일을 골랐다. 


민성이 하원길, 작은 종이가방에 가지런히 물건을 담아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건넸다. 아이 어머님과는 등하원 시간이 잘 겹치지 않고, 따로 연락을 드리기엔 서로 부담이 될 것 같았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친구 얼굴에 상처를 내고, 나는 아이 친구를 위해 작은 사과의 선물을 준비한다. 어제 하루, 전통적인 엄마 영역에 들어섰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시작된 건가, 아이 뒤치다꺼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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