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22일째, 민성이 D+571
아내가 요즘 민성이를 보면서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이거다. "나루 닮았는데 예쁜 아기!" 모두가 예상할 수 있듯, 이 문구에서 포인트는 '닮았는데'다. '닮아서'가 아닌 '닮았는데.' 다르게 말하면, 닮았음에도 불구하고.
민성이를 치켜세우면서 동시에 나를 놀리는, 아내 입장에선 일석이조의 표현이라 하겠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 역시 모순된 감정을 느낀다. 기분이 나쁘면서 좋다. 그래도 기분이 살짝 나쁘면서 많이 좋다.
내가 봐도 그렇다. 민성이는 날 닮았다. 일단 외모가 그렇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저 활발함도 비슷하다. 그리고 최근 또 하나의 닮은 점을 발견했다. 아내도, 나도 깜짝 놀랐다.
아내와 난 여러모로 다른데, 정리 스타일도 그중 하나다. 아내는 가끔 정리를 하지만 한 번 할 때 많이, 제대로 하고, 나는 조금씩 매일 한다.
예컨대 난 집에 들어오면 입었던 옷은 곧바로 옷걸이에 걸어놓거나 빨래 바구니에 집어넣는다. 청소기도 매일 돌리고, 빨래가 조금 있더라도 그때그때 세탁하는 편이다.
하지만 큰 힘이 들어가는 화장실 청소는 계속 미루고, 싱크대 수채 구멍이나 냉장고도 잘 닦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 집 화장실은 주말에 아내가 청소할 때가 많다. 잘 쓰지 않는 물건을 버리는 것도 아내가 더 잘한다.
다만 아내는 집안이 어지럽혀져 있어도 나보단 신경을 덜 쓴다. 입었던 옷도 옷걸이에 걸어놓기보다 허물처럼 바닥에 버려(?) 둘 때가 더 많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스타일 차이일 뿐 누가 옳고 그르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래서 내가 안방에서 주로 하는 일 중 하나가 아내 옷을 걸어놓거나 아니면 빨래 바구니에 넣는 거다. 어제(17일) 저녁, 퇴근 후에 안방에서 옷을 갈아입던 아내가 황급히 나를 불렀다. 그곳엔 민성이가 있었다.
그는 아내 앞에 가만히 서있다가 그녀가 옷을 벗으면 그걸 받아 빨래 바구니에 넣고 있었다. 그것도 옷이 바구니 밖으로 삐져나오지 않게 꼼꼼히 쑤셔 넣었다. 그렇다. 민성이는 내 과였던 것이다.
"오빠 아들 맞네." 아내는 웃었고, 나는 감탄했다. 가끔 아이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놀란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던데, 거울에 누가 되지 않게, 몸과 마음을 열심히 갈고닦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