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25일째, 민성이 D+574
이번 주말엔 대구에 사시는 장모님이 오시기로 했다. 민성이는 군산 친할머니는 자주 보지만, 대구 외할머니는 어쩌다 한 번 본다. 먼 길 오시는 장모님을 맞이하는 건, 이번 주의 가장 큰 이벤트였다.
어제(20일) 모처럼 장모님을 뵙기로 한 날이었는데, 온종일 날이 흐렸다. 날이 쨍하면 어디 가까운데라도 놀러 갈까 했는데. 어쩌겠나,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날씨인 것을.
터미널에서 장모님을 모시고 집에 들어오니, 민성이는 막 잠에서 깨어난 상태였다. 그는 개구리처럼 엄마 품에 폭 안겨있었다. 그 품에서 내려와 장모님 앞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장모님이 근 세 달만에 만난 민성이는 훌쩍 자라 있었다. 아빠와 엄마를 입에 달고 살았고, 할 줄 아는 것도 늘었다. 의사표현도 명확해졌다. 아이를 매일 보는 나도 깜짝 놀랄 때가 많은데, 다른 사람은 오죽할까.
점심으로 민성이는 엄마의 야심작 닭다리 구이를 맛있게 해치웠다. 주말엔 아내가 아이에게 가급적 다양한 음식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닭다리 구이라니. 간장과 마늘을 발라 오븐에 구웠는데, 꽤 치킨 맛이 났다.
오후엔 우리 세 가족과 장모님까지, 근처 대형 쇼핑몰에 갔다. 날이 흐려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나는 오랜만에 미용실에 갔고, 나머지 세 사람은 키즈카페에 갔다.
역시 토요일은 토요일, 쇼핑몰엔 사람이 많았다. 지루한 기다림 끝에 머리를 다 볶고(?) 아래층 키즈카페에 아들을 보러 갔다. 내려가자마자 동서남북 열심히 뛰어다니는 민성이가 눈에 들어왔다.
돌아와서 아이 저녁밥을 먹이고 씻기고 재운 뒤에야 어른들 밥을 먹었다. 저녁 8시가 훌쩍 넘었다. 민성이는 어제 하루도 '열일'했다. 잘 먹고, 잘 놀았다. 어른 셋이 아이 하나를 보는데 진이 다 빠진다. 하지만 벌써 지치면 안 된다. 하루 더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