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33일째, 민성이 D+582
지난주 내내 목과 어깨, 그리고 등 그 사이 어딘가가 결렸다. 잠을 잘 못 잤나,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괜찮아지지 않았다. 잘 때도 늘 몸이 불편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냈다.
어제(28일) 아내를 꼬셔서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민성이가 할머니 집에서 정신없이 파스타를 먹고 있는 사이, 그에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잽싸게 차에 올랐다.
아내와 나는 커플 마사지 받으러 가길 좋아했다. 영화관과 더불어 양대 데이트 코스였다. 민성이를 낳고 난 뒤에도 몸이 뻐근할 때는 번갈아 마사지를 받았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졌다.
아내가 찾은 가게는 세련됐고, 조용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족욕을 마친 뒤, 아내와 함께 2인실에 들어갔다. 와 이게 얼마 만이야, 로 시작해 이런저런 얘기를 아내와 나누고 있으니 태국인 안마사 두 분이 들어오셨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나는 침대에 엎드렸다. 그곳은 따뜻했다. 머리 위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몸과 마음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 이 얼마 만에 누리는 호사인가. 그래, 가끔 이런 날도 있어야지.
아내와 부모님 집에 돌아왔을 때, 민성이는 막 잠에서 깨 할머니에게 안겨 울고 있었다. 그리고 엄마를 보자마자 그녀 품으로 가 조금 더 울었다. 잠이 부족했는지, 아이가 제 컨디션을 찾는 데는 꽤 시간이 걸렸다.
민성이가 다시 생글생글 웃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외출했다. 끝내 날씨는 개지 않았지만, 이대로 주말을 보내긴 아쉬웠다. 우리는 아기자기한 카페에 가서 다 함께 달콤한 케이크를 먹고, 따뜻한 차를 마셨다.
도로 옆엔 벚꽃이 제법 피어있었다. 올해는 예년보다 날이 포근해 꽃도 더 일찍 피었단다. 라디오 진행자가 주말 비 소식을 전하며, 꽃이 피기도 전에 지는 것 아니냐고 했던 우스갯소리가 떠올랐다.
차를 돌려 잠깐 벚꽃구경에 나섰다. 원체 짧게 피고 지는 꽃이니, 다음 주말엔 정말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종일 제대로 몸을 풀지 못했던 민성이는 벚꽃나무 아래서 빙글빙글 돌며 환하게 웃었다.
꽃구경을 하러 와서 민성이를 구경했다. 아내도, 부모님도 그랬을 것이다. 육아휴직 2년, 이제 반 했고 반 남았다. 꽃처럼, 아니 꽃보다 예쁜 민성이의 지금도 순식간일지도 모른다. 꽃놀이, 이제 반 했고 반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