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성이 아빠 Mar 28. 2021

19개월 정산; 아빠, 엄마, 악어

휴직 332일째, 민성이 D+581

'떡. 그것은 늘 나를 설레게 하지.' / 2021.3.27. 부모님 집


3월 말, 이젠 누구도 겨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집 앞 화단에도 봄이 피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연일 봄이며 꽃이다. 그렇게 또 한 번의 겨울을 보내고, 민성이는 생후 19개월을 마감했다.


18개월과 가장 큰 차이는 말이다. 이달 초, 영유아 검진을 받을 때만 해도 민성이가 혹시 또래보다 말이 늦는 건 아닌가 살짝 걱정되기도 했다(열려라, 말문).


하지만 그날 이후, 민성이의 옹알이가 그야말로 폭발했다(옹알이가 폭발하다). 검진 날, 내게 조바심을 가져다준 설문 문항은 '아이가 여덟 개 단어를 말할 수 있나요'였다.


아내와 내가 인정하는 단어 개수가 다른데, 내가 보기에 그는 지금 여섯 개 정도의 단어를 말할 줄 안다. '아빠, 엄마, 악어, 까까, 맘마, 부릉부릉.' 여기에 아내는 '아야아야'와 '쉬'를 포함하는데, 난 좀 억지라고 본다. 


어쨌든, 민성이는 거의 여덟 개 가까운 단어를 말할 수 있게 됐다. 말이 늘어서일까, 지난 한 달 난 민성이와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내가 누구냐 물으면, 그는 열에 아홉은 아빠라고 또렷이 답했다(민성아, 내가 누구야?).


민성이 18개월 땐 아이의 '엄마 앓이'가 너무 심해서, 주양육자임에도 불구하고 소외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 하지만 19개월은 달랐다. 여전히 나보다 엄마를 선택할 때가 많지만, 그래도 이젠 내게도 자주 안기기 시작했다(웬일로 아빠 품에).


아이가 예쁜 짓만 했던 건 아니다. 뜻대로 안 된다며 블록을 집어던지고(민성이가 뿔났다), 아예 바닥에 드러누울 때도 있었다(분노의 민성이). 어린이집에선 친구 얼굴을 할퀴기도 했다(아이가 친구 얼굴에 손을 댔다).


민성이가 부쩍 관심을 보이는 일도 생겼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30분 동안 타는가 하면(그네 타는 아이 옆에 서서), 맨홀 뚜껑(맨홀 탐험대)과 지나가는 자동차를 하염없이 쳐다볼 때가 늘었다(민성이는 자동차파).


민성이는 이제 20개월 차에 접어든다. 난 육아휴직을 시작한 지 1년을 향해간다. 보통은 휴직을 마무리하고 복직을 준비하는 시점이다. 요즘 부쩍 자란 아이를 보며 뿌듯할 때가 많다. 고생스러웠지만 분명 보람이 있다. 다음 달도 잘해보자. ###

매거진의 이전글 민성이는 자동차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