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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Mar 14. 2021

옹알이가 폭발하다

휴직 318일째, 민성이 D+567

'인생 뭐 있나요? 먹고, 또 먹는 거죠.' / 2021.3.13. 군산 바나나팩토리


민성이는 요즘 꽤 시끄럽다. 쉴 새 없이 소리를 내뱉는다. 그중 반은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고 나머지 반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다.


알아들을 수 있는 말 중엔 '아빠'와 '엄마'가 박빙을 다투는데, 근소한 차이로 아빠를 더 많이 외친다. 아빠가 더 좋아서는 분명 아닌 것 같고, 발음이 더 쉬워서일까. 사실 잘 모르겠다.


민성이가 최근 익힌 단어도 있다. '까까'다. 아빠, 엄마 다음으로 이 단어를 배운 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예전부터 간혹 내뱉었던 '부릉부릉'까지 합하면 그는 대강 네 개의 단어를 말할 줄 아는 셈이다.


요즘 민성이가 말하는 걸 지켜보고 있으면, 예전에 옹알이라 생각했던 건 옹알이 축에도 못 낄 듯하다. 그만큼 옹알이의 빈도나 세기가 전과 비교하기 어렵다. 그야말로 옹알이의 폭발기다. 


아이가 이러다 말문이 열리는 거라고, 엄마는 요즘 민성이을 볼 때마다 말한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그 시점이 정말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근래 폭발하는 민성이의 옹알이를 들을 때마다 느껴진다.


민성이가 제대로 앉지도 못하던 시절, 그가 서고, 걷고, 뛰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 첫 아이, 내겐 경험이 없었다. 그런 날이 과연 올까 싶었지만, 그런 날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고, 나는 훨씬 더 바빠졌다.


인간을 인간으로 가름하는 것,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요한 것은 직립보행과 언어 능력일 거다. 민성이에겐 이제 후자만 남았다. 말을 할 줄 아는 민성이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르겠지. 걷기 전의 그와 지금의 그가 많이 다른 것처럼.


나는 조만간 말문이 트인 민성이와 마주할 것이다. 얼마나 궁금한 게 많을까. 말이 안 되는 말도 무수히 쏟아낼 테지만, 그래서 겁도 나지만 괜찮다. 걱정보단 기대가 더 크다. 이래 봬도 말하는 게 직업이다. 즐거운 일이 더 많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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