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17일째, 민성이 D+566
어제(12일)는 종일 날이 흐렸다. 민성이를 데리러 갈 시간, 힐끗 창 밖을 내다본다. 다행히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았다. 잽싸게 민성이를 데리고 와야지, 생각하며 집을 나선다.
하지만 민성이는 잽싸게 집에 들어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인데, 집까지 가는 길은 참 멀다. 어제도 민성이는 어린이집을 나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아파트 앞 공원까지 진출했다.
난 민성이랑 밖에서 놀다 들어가는 걸 좋아한다. 밖에서 열심히 놀면 놀수록, 아이는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잔다. 하지만 그건 아이가 특별히 아픈 곳이 없고, 날이 좋을 때의 얘기다.
민성이는 아직 감기가 덜 나았다(돌과 함께).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찬바람을 절대로 쏘이면 안 된다고, 엄마는 늘 입이 닳도록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민성이는 지금은 놀이터에 있어선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이를 억지로 집으로 끌고 가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큰일 나겠어하며 - 할머니가 보면 분명 뭐라고 하겠지만 - 어디까지 가나, 얼마나 노나 가만히 지켜보았다. 민성이는 여봐란듯이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결국 놀이터 바닥에 넘어져 손이, 하얀 타이즈가 진흙 범벅이 됐다. 아이는 손에 흙이 묻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순간 짜증이, 화가 치밀었다. 그러니까, 내가 집에 가자고 몇 번을 얘기했니.
물티슈를 챙겨 오지 않아서 아이 손을 닦아줄 수가 없다. 곧장 집으로 들어갔으면 이렇게 몰골이 엉망이 되진 않았을 텐데. 감기가 심해지지 않을까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됐을 텐데. 다 마음에 안 든다.
거의 1시간 가까이 밖에서 놀고 나서야 민성이는 순순히 내 품에 안겼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는 왜 짜증이 났을까. 곧장 집으로 가지 않은 것도, 아이를 놀이터에서 뒹굴게 놔둔 것도 사실 전부 내가 그런 것인데.
아이는 진흙 묻은 손으로 내 목을 휘어 감는다. 민성이 체온에 몸도 마음도 따뜻해진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욱할 때가 많다. 그럴 땐 시간을 갖고 천천히 걸음을 내딛자. 심호흡을 하고 한 걸음, 또 한 걸음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