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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Apr 02. 2021

여행 전야

휴직 337일째, 민성이 D+586

어느새 19개월. 그의 뒷모습에서 물씬 풍겨오는 어린이의 향기. / 2021.4.1. 아파트 단지 


이번 주말, 정확히는 오늘(2일) 금요일부터 사흘간, 가족 여행을 간다. 우리 세 가족을 비롯해 민성이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삼촌까지 모두 여섯 명이 떠나는, 꽤 규모 있는 여행이다.


행선지는 부여로 정했다. 일단 우리 가족이 지내고 있는 군산과 가깝다. 차로 40분 거리다. 아이가 있으면, 특히 어린아이가 있으면 원거리 여행은 어렵다. 1시간 이내 거리가 적당한 것 같다.


민성이를 데리고 떠나는 사실상 첫 숙박 여행이다. 지난달 민성이를 데리고 아내와 셋이 즉흥적으로 서울 호텔에서 하루 자고 온 적이 있기에 '사실상'이다. 이번엔 무려 2박이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여행이다. 내가 육아휴직에 들어가면서 아내와 수차례 다짐한 게 있다. 시간 있을 때 민성이를 데리고 많이 놀러 다니자. 하지만 그 다짐은 이뤄지지 않았다. 시간은 있었지만, 코로나가 막아섰다.


휴직한 지 거의 1년이 되고 나서야 가족여행을 가게 되었다. 민성이 할머니 생신이 계기가 되었고, 코로나 종식을 기다리다간 내 휴직이 끝날 것 같았다. 그래서 지르기로 했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여행이라고 해서, 일이 술술 풀리는 건 아니다. 여행엔 늘 변수가 따른다. 주말 비 소식이 그렇고, 민성이의 콧물이 그렇다. 


어제 자고 일어났더니 민성이 한쪽 코에서 또르르 맑은 콧물이 흐른다. 몇 번 겪어보니 알겠다. 이제 저 콧물은 양쪽에서 흐를 것이고, 누런 색으로 변할 것이다. 그리고 기침을 한다. 매번 비슷한 패턴이다. 


약 먹으면 나아질 테지만, 시기가 얄궂다. 환절기여서 그럴 수도, 어린이집 누군가에게 옮겼을 수도 있다. 19개월, 감기를 달고 다니는 때이니 그리 이상할 건 없지만, 왜 꼭 지금일까. 속상한 건 어쩔 수 없다.


최상의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간다. 비도, 민성이 콧물도 우리의 여행을 막을 순 없다. 사람마다 여행을 즐기는 법이 다르지만, 난 어디로 가느냐보다 누구와 가느냐가 중요하다. 민성이도 그랬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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