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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Apr 03. 2021

부여의 민성이(1)

휴직 338일째, 민성이 D+587

'엄마, 한 나라의 흥망성쇠란 침으로 기구한 것이군요.' / 2021.4.2. 백제문화단지


출발시간은 오후 2시 반으로 정했다. 여느 숙소가 그렇듯, 우리가 묵기로 한 부여 리조트의 체크인 시간도 3시였다. 여행 첫날, 급할 건 없었다.


어제(2일) 하루 휴가를 낸 아내는 민성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준 뒤, 병원에 다녀왔다. 원래도 몸이 약한 아내는 아이를 낳고 나서 몸이 더 안 좋아졌다. 워킹맘인 그녀는 휴가를 내지 않으면 병원 한 번 가기도 쉽지 않다.


아내가 병원 투어(?)에 나선 동안 난 평소처럼 청소를 시작했다. 2박 여행, 다녀오면 일요일 오후일 테니 집을 말끔히 정리해둬야 한다. 정리를 끝내고 샤워를 하고 나오니 아내가 돌아왔다. 


아내의 안 좋은 곳엔 심장도 포함되는데, 병원을 다녀온 아내의 표정이 밝았다. 그녀는 어제 병원에 가서 미뤄뒀던 여러 검사를 받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결과가 괜찮았단다. 다행이다. 


우리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30분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충분하지 않았다. 아내와 둘이 놀러 가는 것과 아이를 데리고 셋이 놀러 가는 건 차원이 달랐다. 챙겨도 챙겨도 끝이 없었다.


결국 큰 여행가방 하나와 그만한 쇼핑백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가방 두 개를 더 챙겼다. 아내도, 나도 손이 없었다. 2박 여행이, 국내 여행이 이 정도일 텐데 더 멀리, 오래 떠나는 여행은 오죽할까 싶었다.


차 트렁크에 가방을 가득 욱여넣고, 어린이집으로 민성이를 데리러 갔다. 낮잠을 푹 자서 그런지, 아니면 엄마 아빠가 다 함께 자기를 데리러 와선지, 그는 연실 싱글벙글거렸다.


고속도로 양 옆엔 벚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주말 비 소식에 다소 울적했던 마음이 녹아내린다. 꽃이 만개한 도로를 기분 좋게 내달리니 금방 부여였다. 체크인을 하고 숙소에 짐을 풀고 났더니 오후 4시 반, 곧 있으면 하루의 끝이다. 


저녁을 먹기 전에 리조트 바로 앞에 있는 백제문화단지로 산책을 떠났다. 옛 백제 왕궁을 재현해놓은 그곳은 널찍했고, 19개월 아이를 풀어놓기엔 딱이었다. 비록 민성이는 그곳에서도 궁보단 맨홀(!)과 모래에 더 관심이 많았지만.


사비궁을 부지런히 헤집고 다니는 민성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해가 지기 전에 숙소로 돌아왔다. 식탁 위엔 서천 수산시장에서 사 온 대게가 한가득 쌓여있었다(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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