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42일째, 민성이 D+591
민성이는 독보적이었다. 아이 대여섯 명이 뛰어노는 놀이터에서 가장 활발했고, 시끄러웠다. 난 그림자처럼 그를 쫓아다녀야 했다. 민성이가 다른 아이와 부딪힐까, 정확히는 다른 아이를 들이받을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어제(6일) 그는 정확히 밖에서 1시간 반을 놀았다. 신기록이다. 그의 '최애' 그네가 있는 아파트 앞 놀이터에서 30분, 주차장 앞에서 30분, 그리고 단지 안 놀이터에서 30분을 머물렀다.
난 민성이의 명령(!)으로 미끄럼틀을 열 번 넘게 탔고, 그가 그물망을 건너가겠다고 할 때마다 몸을 잡아줘야 했다. 계단이든 미끄럼틀이든, 먼저 오르겠다며 다른 아이를 밀칠 수도 있으니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반면, 다른 엄마들은 대부분 벤치에 앉아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문제 될 건 없었다. 아이들 대부분이 민성이보다 나이가 많았고, 혼자서도 잘 놀았다. 민성이처럼 요란스러운 아이는 없었다.
난 아이를 보느라 엄마들을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가끔 뒤통수에 그들의 시선이 꽂히는 게 느껴졌다. 미끄럼틀을 타는 어른은 나밖에 없었다. 아마도 동정의 시선이 아니었을까.
1시간 반을 꽉 채우고 나서야 민성이는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를 보며 느낀 점 중 하나는 원 없이 놀게 해 주면 아이는 크게 저항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리고 그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물론 점점 늘긴 할 테지만.
집에 들어오니 오후 5시 반, 저녁 먹을 시간이다. 배가 고팠는지 민성이는 과자를 달라고 칭얼댔다. 하지만 그럴 순 없다. 그때 과자를 건넨다는 건 밥을 먹이지 않겠다는 얘기다.
"안돼. 과자는 밥 먹고 줄 거야." 과자를 둘러싼 부자의 실랑이가 서너 차례 이어졌다. 전날 밥알 홍수에 이어(긴장의 끈을 놓쳐선 안 돼) 오늘도 망했나 싶었는데, 극적으로 민성이가 식탁 의자에 앉았다.
그러더니 역대급으로 저녁을 잘 먹었다. 심지어 밥이 없어 밥통에서 더 꺼내왔다. 1시간 반 동안 아이와 미끄럼틀을 타고, 자동차 수십 대가 지나갈 때마다 '부릉부릉'이라고 맞장구쳐준 보람이 있다. 다시 한번 깨달았다.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