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44일째, 민성이 D+593
내 오늘은 기필코 병원에서 오래 기다리지 않으리. 어제(8일) 일어나자마자 난 굳게 다짐했다. 민성이는 일주일째 콧물과 사투 중이다. 월요일에 받아온 사흘 치 약이 모두 동나 또 병원에 가야 했다.
월요일에 민성이를 데리고 소아과에 갔을 땐 정말 힘들었다. 대기실엔 콧물을 훌쩍거리는 아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장장 1시간을 넘게 기다렸다. 단언컨대 병원에서 19개월 아이와 1시간을 버티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날도 예약을 안 한 건 아니었다. 요즘은 소아과에 갈 때 스마트폰 어플로 미리 접수를 걸어놓는데, 그날도 8시 반에 접수를 하고 9시에 병원을 간 거였다. 하지만 그곳에 도착했을 때 대기자가 30명인가 40명이었다.
그래서 어제는 더 일찍 접수를 했다. 민성이 소아과는 모바일 접수가 8시 10분부터 가능한데, 난 11분에 예약을 걸었다. 그래도 대기자가 10명이었다. 나도 꽤 육아 내공이 쌓였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난 하수였다.
그래도 그렇게 부지런을 떤 덕에 30분 만에 진료를 보고 병원을 나왔다. 월요일에 비한다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더욱이 어제는 오랜만에 민성이를 유모차에 태워 병원에 갔는데, 우려와 달리 그는 유모차에도 순순히 탑승했다.
어린이집까진 순조롭게 돌아왔는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요즘 민성이는 어린이집 현관에서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내 품에 안겨 개구리처럼 다리를 내게 감고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이번 주 내내 그랬다.
어린이집에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놀고 싶다는 건지, 아빠랑 헤어지기 싫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예전엔 뒤도 안 돌아보고 선생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가더니, 아이들은 참 시시각각 변한다.
어제 어린이집 선생님도 민성이가 지난 주말 가족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부쩍 그러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요즘 툭하면 '아빠'를 찾고, 안아달라고 한다. 걸어 다닐 때도 내 손을 잡을 때가 많아졌다.
이제야 민성이가 날 조금 찾는 것 같다. 이제야 날 조금 가깝게 느끼는 것 같고, 의지하는 것 같다. 그의 마음을 얻는데 1년이 걸렸다. 육아휴직 1년, 고생했다며 민성이가 건넨 선물이 아닐까. 그는 역시 고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