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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Apr 10. 2021

금요일은 셜록 데이

휴직 345일째, 민성이 D+594

'선생님, 제가 해보면 안 돼요? 제가 해볼래요!' / 2021.4.9. 어린이집 앞 


육아휴직 초기, 내가 서울에 있을 때, 일주일에 한 번 아빠의 시간을 가졌었다. 이른바 아빠의 금요일(아빠의 금요일)이다. 아기가 아닌 어른을 만나는 건 매우 효과적이었다. 다음 한 주를 버티게 해주는 활력소였다.


군산에 와서는 아빠의 금요일이 사라졌다. 금요일이 월요일이나 수요일이 된 게 아니고, 그냥 그 날 자체가 사라졌다. 이 곳에선 내가 만날 수 있는 어른,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 금요일엔 아내와 집에서 영화를 한 편씩 본다. 저녁 밥상도 차리지 않고 영화를 보면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다. 아빠의 금요일은 아니지만, 일주일 중 내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라는 건 변함이 없다.


전엔 넷플릭스에서 그때그때 당기는 영화를 골랐는데, 이게 또 일이었다. 일단 남들이 재밌다 하는 영화는 본 게 많고, 아내도, 나도 안 본 영화 중에서 재밌는 영화를 발굴하는 게 쉽지 않았다.


또 기껏 영화를 찾았는데 지뢰 - 물론 아내와 내 기준에서 - 인 경우도 많았다. 아이를 재우고 쥐어짜듯 힘들 게 낸 시간이다. 쉬려고 영화를 보기로 한 건데 정작 영화를 고르는데 힘을 다 빼선 안 될 일이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드라마다. 대신 횟수가 너무 길어선 안 되고 러닝타임은 너무 짧아선 안 된다. 완성도가 높은, 그래서 많은 사람에게 검증된 드라마가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영국 BBC의 역작 '셜록'이다. 난 예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했고, 아내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러닝타임은 90분, 한 시즌에 3~4회 차로 구성돼있다. 


어느덧 시즌3에 접어들었다. 한 주에 한 두 편씩 드라마를 보는 게 영 감칠맛이 나지만, 다음날 새벽 6시에 우리를 반겨줄 민성이를 생각하면 이 정도가 적당하다. 


요즘 부쩍 내 시간과 아내의 시간, 그리고 부부의 시간 모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민성이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구성원 모두가 지속 가능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제2의, 제3의 '셜록 데이'를 찾아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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