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47일째, 민성이 D+596
민성이는 확실히 활발하다. 지난해 어린이집 상담에서 담임 선생님의 첫마디 역시 그거였다. 요즘 놀이터에서 아이가 소리를 내지르며 뛰어다니는 걸 보면, 걸음마를 못했을 땐 답답해서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
하지만 난 그런 민성이가 좋다. 안이건 밖이건, 행여 아이가 넘어져 다칠까 마음을 졸여야 하지만, 그래도 생후 19개월 다운 저 모습이 난 보기 좋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난 좋은데, 민성이 이마엔 조금 미안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바닥에 쿵, 벽에 쿵하는 아이 이마가 멀쩡할 리 없다. 그래서 그의 이마를 만져보면 늘 올록볼록하다. 지난 주말에만 해도 혹 서너 개가 달린 것 같다.
민성이는 내가 눕기만 하면 신나서 달려온다. 내게 뛰어오기 전부터 이미 웃고 있다. 그리고는 내 머리맡이나 배 위에 자리를 잡은 뒤 내 얼굴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에 죄다 손가락을 집어넣으며 낄낄댄다.
그제(10일)도 잠시 거실 매트 위에 누웠더니 아니나 다를까 그가 뛰어왔다. 내가 베고 있던 방석이 재밌어 보였는지 내 옆에 누우려다 머리 두 개가 충돌했다. 쾅. 별이 핑 돌았다.
내 이마가 얼얼할 정도였으니 아이는 오죽했을까. 그의 이마가 벌겋게 부어올랐다. 요즘 하루 종일 '아빠'를 입에 달고 사는 애가, 몇 분간 날 본 체 만 체했다. 민성아, 네가 부딪힌 거라고. 내가 그런 게 아니고.
어제(11일)는 또 아파트 놀이터에서 혹을 얻어왔다. 어제 오후, 민성이는 아내와 실컷 그네를 타고나서 이번엔 미끄럼틀을 타겠다고 뛰어가다 그네 옆 철제 손잡이에 이마를 찧었다.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민성이는 뒤로 발랑 넘어졌다. 아이는 이마를 부여잡고 서럽게 울었다. 미치도록 귀여운 광경이었지만, 얼마나 아팠을꼬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지금처럼, 혹은 지금보다 아이가 활발히, 그렇지만 안전하게 세상을 탐색할 수 있도록 그의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의 이마도 더 이상 수난을 겪지 않도록 조금 더 신경 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