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50일째, 민성이 D+599
육아휴직 1주년(?)을 목전에 두고 있어서일까. 종종 지난 1년을 되돌아보게 된다. 힘들었을 때도 있었고, 감격스러울 때도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을 힘들었다가, 감격하곤 했다. 그런 1년이었다.
엄청 훌륭했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큰 무리 없이 제법 잘 해냈다. 잘 버텼다. 무엇보다 민성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고, 내 몸과 마음(물론 몇 차례 마음의 감기에 시달렸지만)도 건강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냉정히 따져보면 내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내는 거의 매일 정시에 퇴근했고, 지근거리에 사시는 부모님은 매주 냉장고를 꽉꽉 채워주셨다. 민성이는 돌 때부터 어린이집을 다녔는데, 너무나 잘 적응해주었다.
그러나 마음은 객관적이지 않다. 상황을 냉정히 따져가며 움직이는 게 아니다. 평일 점심, 텅 빈 식탁에 홀로 앉아 데인 국에 밥을 말아먹을 때, 갑자기 한 순간에 모든 걸 던져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던져버릴 수 없었다. 아내는 아내의, 민성이는 민성이의 어려움이 있다. 그들의 삶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만만치 않다. 그러니 외로움과 답답함은 다른 사람이 해결해줄 수 없는, 나의 문제였다.
내가 찾은 방법 가운데 하나는 질서였다. 하루하루를 비슷하게 살아내는 거다. 예컨대,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민성이 아침밥을 차린 뒤, 아내가 아이 밥을 먹일 때 전날 써둔 브런치를 퇴고해 올린다.
빵과 커피, 과일을 꺼내 부부의 아침을 먹고 민성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 빨래와 청소, 설거지를 하고 간단한 운동을 한 뒤, 샤워를 하고 점심을 먹는다. 책을 읽다가 잠깐 낮잠을 자고 민성이를 데리러 간다.
최대한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게, 매일 똑같이 산다. 다소 지루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 균형 잡힌 생활이 일순간 '멘털'이 붕괴되는 걸 막아준다.
이건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뒤 내가 찾은, 내게 맞는 방법이다. 그럭저럭 멘털은 지켰다. 이제 1년 했고 1년 더 남았다. 이젠 지키는 걸 넘어, 단련을 시도해야 할 때다. 조금이나마 더 성숙한 아빠가 될 수 있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