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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Apr 19. 2021

기쁨과 슬픔이 교차했다

휴직 354일째, 민성이 D+603

'엄마, 저 어때요? 오늘 사진 좀 받나요?' / 2021.4.18. 집 근처 빵집


일요일이었던 어제(18일) 오후, 민성이를 데리고 부모님과 근처 카페에 놀러 갔다. 쌀창고를 개조한, 꽤 세련되고 운치 있는 곳이었다. 아이스라테와 대추차, 블루베리 스무디를 주문했다. 3대의 음료는 이리도 달랐다.


민성이는 한 번은 스무디를, 한 번은 대추차를 홀짝였다. 자신이 무얼 먹고 싶은지, 그는 아내를 쳐다보며 손으로 아주 정확히 음료를 가리켰다. 아이의 단호함에 우리는 몇 번을 미소 지었다. 


할머니 집으로 돌아온 민성이는 밥 한 그릇을 싹싹 비우고 후식으로 딸기와 쌀과자까지 해치웠다. 그가 카페에서 빵과 스무디를 탐닉한 게 불과 1시간 전이다. 우리 모두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이 옷을 갈아입히는데, 그의 배가 풍선처럼 부풀어있어 아내와 나는 또 한 번 웃었다. 집으로 가는 길, 차 뒷좌석에서 아내는 그녀의 뺨을 아이의 볼에 비비대고 있었다.


주말 저녁, 민성이는 거실에서 몇 분을 혼자 얌전히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아내와 목욕을 하고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머리 감을 때를 빼곤 떼쓰지도 않았다.


아내와 목욕을 하고 얼굴이 뽀얘진, 소방차와 버스, 비행기를 그의 자그만 식탁에 나란히 올렸다가 내리기를 열심히 반복하고 있는 민성이를 보며, 기쁨과 슬픔이 교차했다.


지금이 아이가 가장 예쁠 때라고, 다들 입을 모은다. 요즘 민성이를 보면 확실히 알 것 같다. 생후 600일을 돌파한 민성이는 근래 부쩍 애교가 늘었다. 기쁨의 이유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나중에 이때가 너무 그리워져서 동영상을 많이 찾아본대. 내 옆에서 민성이를 뚫어져라 보고 있던 아내가 말했다. 그래. 지금 이 순간은 결국 지나갈 테고, 그리움의 영역으로 남게 되겠지. 그래서 슬펐다.


그래도 지난 1년을 아이와 함께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앞으로 1년도 아이와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낫다. 훗날 동영상을 뒤적이게 되더라도,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아이를 눈에, 가슴에 담아야지. 또 한 번 다짐하는 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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