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성이 아빠 Apr 20. 2021

크롱. 크롱? 크롱!

휴직 355일째, 민성이 D+604

'오! 엄마, 저기 좀 보세요. 부릉부릉이에요!' / 2021.4.18. 집 근처 빵집


예전에 TV에서 뽀로로 성우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자신의 연기는 뽀로로 친구 '크롱'을 연기하는 성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취지로, 그녀는 말했다. 


왜냐하면 크롱이 할 줄 아는 말은 "크롱"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크롱은 단 두 글자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감정을 모두 표현해낸다. 글로 옮기자면 "크롱."과 "크롱?"과 "크롱!" 같은 느낌이랄까.


요즘 민성이를 보면 크롱이 떠오른다. 20개월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는 민성이는 근래 말이 부쩍 늘었는데, 말의 종류가 늘었다기보다는 빈도가 늘었다.


그가 할 줄 아는 단어는 여전히 여덟 개 수준으로(옹알이가 폭발하다) 예전과 같은데, 말을 정말 엄청 많이 한다. 그의 입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말을 안 할 때보다 할 때가 더 많다.


이러다 말문이 트인다고, 엄마는 손자를 볼 때마다 얘기했다. 제 스스로도 말이 늘었다고 생각하는지(사실은 그렇지 않지만), 요즘 그는 자신이 뜻하는 바를 내가 바로 알아차리지 않으면 매우 못마땅해한다.


어제(19일)는 어린이집을 다녀와서 평소처럼 빨대컵에 우유를 담아주었더니 갑자기 손을 휘적거리며 신경질을 냈다. 뭔가가 마음에 안 든다는 건데 도통 감이 오질 않았다.


우유를 컵에 담지 않고 팩 채로 건네보고, 우유가 아닌가 싶어 과자를 쥐어주기도 해 봤지만 모두 아니었다. 내가 몇 분을 그렇게 허둥대니 그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정답은 뚜껑을 닫지 않고 컵 채로 마시고 싶다는 거였다. 강민성의 수수께끼 쇼에 나오는 웬만한 문제는 맞힐 수 있다고 자신하는 나지만, 가끔 이렇게 모르는 문제가 튀어나올 때가 있다.


아이도 답답할 것이다. 나는 분명 내가 필요한 걸 말했는데 - 크롱이라고 - 아빠는 왜 이렇게 알아듣지 못하는 걸까.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귀를 기울여보자. 그럼 들릴 것이다. 온점과 물음표, 느낌표의 분명한 차이가. ###

매거진의 이전글 기쁨과 슬픔이 교차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