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56일째, 민성이 D+605
어린이집 민성이 반엔 그를 포함해 모두 4명의 아이가 있다. 남자 둘, 여자 둘. 이 중 한 명, 민성이가 요즘 그의 '여사친'을 바라보는 눈이 심상찮다.
며칠 전 민성이 하원길에 어린이집 선생님이 살짝 귀띔을 해주었다. "민성이가 반 친구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아, 그래요?" 속으로 '귀엽네, 우리 아들' 하며 그냥 그러고 말았다.
어제(20일)도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선생님은 민성이와 문제의(?) 친구를 함께 데리고 나왔다. 그 친구도 집에 갈 시간이었나 보다.
민성이는 신발을 신는 내내, 친구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조그만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그리고 얼굴을 어루만지며 까르르거렸다. 신발을 다 신었는데도, 집에 가려고 하질 않았다.
"오늘 아침엔 친구가 어린이집에 오니까 현관문 앞에서 '찐 웃음'을 지어주더라니까요." 약간 당황해하고 있던 내게 어린이집 선생님은 말했다.
얼마 뒤, 친구의 아빠가 아이를 데리러 왔고, 민성이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친구의 뒤에서 걷다가, 앞질렀다가, 가끔은 나란히 걸으며 계속 그녀의 주변을 맴돌았다.
요즘은 밖에서 못해도 1시간은 놀다 들어가는 민성이와 달리, 친구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민성아, 안녕해야지. 친구, 안녕!" 민성이가 세 번째쯤 손을 흔들었을 때, 그녀는 아빠의 손을 잡고 문 너머로 사라졌다.
친구는 집에 들어갔지만 민성이는 그 앞을 계속 서성였다. 놀 거라곤 아무것도 없는 아파트 현관 유리문 앞에서 그는 괜히 시멘트 바닥을, 맨홀 뚜껑을, 아파트 조경수를 만지작거렸다.
"우리 아들, 로맨티시스트네!" 퇴근한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두 돌도 안됐는데 벌써 아들을 뺏기게 생겼다고 놀리려고 했던 건데, 그녀의 눈은 오히려 하트 모양이 됐다.
난 연애엔 영 젬병이었다. 아내의 선택을 받은 게 의아할 따름이다. 민성이는 많이 사랑하고 또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그런 아이가 될 수 있도록 사랑을 차고 넘치게 부어줘야겠다고, 아들과 함께 그의 친구 집 앞에서 서성이며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