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57일째, 민성이 D+606
지난 주말, 엄마가 민성이 얼굴을 보더니, 꽤 탔네, 하셨다. 진짜로 그랬다. 나는 아이 얼굴을 매일 보니 잘 몰랐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느새 민성이 두 뺨이 불그스름하게 그을려있었다.
하기야 오후 4시에 어린이집이 끝나면 못해도 1시간씩은 밖에서 놀다 들어가는 아이다. 봄볕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 딸 내보낸다던가. 무심한 아빠 때문에, 민성이 얼굴엔 따가운 봄볕이 가득 스며들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제(21일) 민성이는 또다시 신기록을 경신했다. 집에 돌아오니 5시 55분, 종전 기록은 5시 반인가 그랬다. 밖에서 2시간 가까이 놀다 들어온 것이다. 그는 정말이지 지칠 줄 몰랐다.
화창한 날씨에 놀이터엔 아이들이 많았다. 민성이는 형이건 누나건, 아니면 친구건 그들에게 다가가는 걸 당최 어려워하질 않는다. 그들이 뛰면 민성이도 뛰고, 그들이 무언가를 만지면 민성이도 만진다.
5시쯤이었나. 민성이 또래 여자아이 둘이 미끄럼틀 위에서 정겹게 놀고 있었다. 미끄럼틀 밖에 서있던 아이 엄마가 딸에게 '까꿍'거리고 있었는데, 내 옆에 있던 민성이가 쏜살같이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아이 엄마의 까꿍을 보곤 그녀의 손가락을 만지며 까르르 댔다. 친구의 까꿍을 가로챘다고나 할까. 분명 당황스러웠을 텐데도, 자비로운 그녀는 즐거워하는 민성이를 위해 두세 번 장난을 쳐주었다.
그렇게 민성이는 한동안 두 '여사친'을 졸졸 따라다니며 마치 소꿉친구인 것처럼 - 물론 어제 처음 만났다 - 신나게 놀았다. 덕분에 나는 두 아이 엄마 곁을 뻘쭘하게 맴돌아야 했다.
놀이터에는 엄마 손을 잡고 망부석처럼 서있는 남자아이도 보였다. 그때 민성이는 미끄럼틀을 스무 번째 타고 있었다. 비슷한 또래여도 진짜 이렇게 다르구나.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난 민성이의 그런 활발함이 좋다. 간혹 친구에게 저돌적으로 달려가 손을 뻗을 때가 있지만, 그런 건 천천히 고쳐나가면 될 것이다. 아이의 밝은 부분이 더 빛날 수 있도록 다듬어주는 건 부모의, 나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