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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Apr 24. 2021

기저귀 테러범

휴직 359일째, 민성이 D+608

너는 차를 보고, 나는 너를 보고. / 2021.4.23. 아파트 단지 


학부모 상담 때 어린이집 선생님은 몇 가지를 얘기해주셨다(왕이 없는 마을). 우선 민성이는 밥 먹을 때 숟가락을 거의 쓰지 않는다는 것, 이건 집에서와 비슷하다. 


선생님의 긍정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민성이는 손가락으로 밥을 집어먹는 걸 좋아한다. 그보다 생일이 빠른 같은 반 여아는 손가락도, 숟가락도 아닌 (교정용)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단다.


내가 둔한 건지, 별로 조바심이 나진 않는다. 다만, 아이 밥 먹일 때 귀찮더라도 조금 더 훈련을 시켜야겠다 싶을 뿐. 이제 19개월, 당연히 또래보다 빠른 것도, 느린 것도 있다. 채근할 생각은 없다.


내가 걱정되는 건 민성이가 어린이집에서도 기저귀 가는 걸 싫어한다는 거였다. 매번 기저귀를 갈 때마다 아이가 발버둥을 심하게 치는 건데, 이것 역시 집에서와, 아니 엄밀히는 나와 있을 때와 같다(아내와는 덜하다).


늘 그런 건 아니라서 더 이유를 모르겠다. 어떨 땐 기저귀를 갈려고 하면 히죽거리고, 어떨 땐 바지를 내리지도 못하게 한다. 강제로 기저귀를 벗기려고 하면 곧바로 대성통곡이다.


어제(23일)는 민성이가 어린이집에서 대변을 두 번이나 눴는데 - 요즘은 늘 어린이집에서 거사를 치르신다 - 기저귀를 내리는 순간 아이가 공중제비를 돌았단다. 당연히 그의 물건(?)은 사방팔방으로 튀어나갔고.


집에서는 그래도 괜찮다. 내가 고생하면 그만이지만, 어린이집에선 곤란하다. 왜 아빠와 선생님이 기저귀에 손을 대면 난리를 치는지, 엄마는 그나마 얌전한지, 하루빨리 그 수수께끼를 풀어야겠다.


의외의 이야기도 들었다. 민성이가 어린이집에선 양치질을 매우 잘한다는 거다. 내 육아 노동 가운데 힘든 걸로 따지면 '톱3' 안에 드는 게 양치질이다. 


매일, 그것도 하루에 세 번씩, 그것도 3분씩이나 해야 하는 게 양치질이다. 아이한테 칫솔을 쥐어주면 하는 시늉만 하기에 결국은 내가 개입할 수밖에 없고, 울지 않을 때가 없었다. 그런데 어린이집에선 그렇게 잘한다니!


아이가 자랄수록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보다 선생님, 친구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민성이가 숟가락질과 양치질을 잘할 수 있도록, 그리고 대소변을 잘 가릴 수 있도록 열심히 가르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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