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60일째, 민성이 D+609
어제(24일) 아내와 나는 민성이를 부모님께 맡기고 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아내가 봐 둔 집을 보러 가기 위해서다. 민성이는 너무나도 순순히 우리를 보내주었다. 할머니 품에 안겨 친절히 손을 흔들어주기까지 했다.
"집 보러 가는 걸 아는 게 아닐까? 좋은 집 구해오라는 거지. 자기가 살 곳이니까." 의뭉스러울 만큼 얌전한 민성이의 모습에 대해, 아내와 내 추론은 그랬다.
나는 한껏 들떠있었다. 집 때문이 아니었다. 아내와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그리고 모처럼 휴게소에서 맛있는 주전부리를 먹을 수 있어서 그랬다. 소떡소떡을 신나게 베어 무는 내 모습이, 아내는 민성이 같다고 했다.
버스에 지하철까지 도합 3시간을 달려와 집은 10분이나 봤을까. 두 집을 봤는데 하나는 5층, 다른 하나는 9층이었다. 전자는 가격 부담이 적었지만 전망이 아쉬웠고, 후자는 반대였다.
부동산 중개인을 통한 몇 차례 통화가 오갔고, 우리는 계약을 했다. 민성이가 순순히 엄마 아빠를 보내 준 이유, 우리의 추론이 맞았다. 이렇게 될 거라는 걸 19개월짜리는 미리 알고 있었던 걸까.
조금 더 집값을 깎아줬으면 했지만, 집주인은 조금 더 받았으면 했을 것이다.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마음이 정확히 맞아떨어지긴 힘들다. 요즘처럼 부동산이 들썩이는 때는 더욱 그렇다.
이제 30대 중반, 결코 가볍지 않은 선택이지만, 그리고 집값의 반 가까이는 미래에 담보 잡혀있지만, 아내와 내 결정은 복잡하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집을 사고팔아본 경험 덕분일 것이다. 우리는 둘 다 무덤덤했다.
돌아오는 버스 시간을 세 번이나 미뤘는데도, 하마터면 차를 놓칠 뻔했다. 군산에 도착하니 오후 10시, 정오쯤 서울행 버스에 올랐으니 꼬박 10시간이 걸렸다.
하루 버스 타고 상경해, 10분 집을 보고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돌아왔다. 첫 번째 집도 비슷했다. 모든 집엔 다 장단점이 있다. 고민을 길게 한다고 해서 집의 장단점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우리의 결정은, 그래서 늘 빠르다.
군산에 내려오고 나서 아내는 매일같이 낮엔 일하고, 저녁엔 애보고, 밤엔 집을 알아봤다. 집을 사서 좋은 건 아내가 더 이상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거다. 나와 민성이가 편안히 살 수 있는 건 모두 그녀 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