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62일째, 민성이 D+611
요즘 내가 민성이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부릉부릉"이다. 그리고 그다음이 아마도 "코 자", 그래서 두 단어를 연결하면 "부릉부릉, 코 자"가 된다. 예컨대 이렇게. "민성아, 부릉부릉은 코 자요."
어린이집이 끝나고 놀이터에 가기 전에 아이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앞이다. 일단 아파트 입구에 서서 차가 들어오면 토끼 눈을 하고 손가락으로 주차장 입구를 가리킨다.
마치, 여기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라고 안내를 해주는 느낌인데, 간혹 복잡한 사거리에서 교통봉사를 해주시는 어르신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정확히 세보진 않았지만, 주차장 앞에서 못해도 열 대 이상은 차량 안내를 해야 비로소 민성이는 그곳을 떠난다. 어제(26일)도 밖에서 놀았던 1시간 중 반은 주차장 앞에서 아이와 매연을 들이켠 듯하다.
아이는 차가 주차장에 들어가는 게 자러 가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민성이가 (아내와 내가 '코자방'이라 부르는) 그의 침실에 들어갈 때 하는 몸짓이 있다.
기도하듯 맞댄 두 손을 볼 한쪽에 살포시 올려놓고, 고개를 살짝 기울이는 거다. 엄마 아빠가 자거나 곰돌이가 잘 때, 혹은 본인이 자고 싶을 때 늘 저 제스처를 취한다.
며칠 전부터 민성이는 집에 있는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키고 나서 '코 자' 시늉을 했다. 모스 부호 같은 그의 몸짓을 해독하자면 이렇다. "자동차들이 지하주차장에서 자고 있어요."
아내에게 물어보니 그녀 작품이란다. 하기야, 우리에겐 집이 있다면 자동차에겐 주차장이 집인 셈이다. 적절한 비유다.
육아는 반복의 연속이다. 민성이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한 손엔 자동차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론 바닥을 가리킨다. 내게 묻는 거다. 그럼 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답한다. "부릉부릉은 지하주차장에서 코 자요." 덕분에 부자의 대화가 많아졌다. 부인의 선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