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63일째, 민성이 D+612
민성이는 아파트 1층 현관을 쉽게 떠나지 못했다. (출근을 위해)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 엄마를 따라가겠다고, 나에게 안겨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려댔다.
엄마는 이미 부릉부릉을 타고 떠났다고, 그래서 엄마는 주차장에 없다고 달래 봤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내 손을 잡아끌고 지하주차장으로 향하는 계단을 몇 걸음 내려간 뒤에야 그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민성이는 현관을 나와 이번엔 주차장 입구로 달려갔다. 그때 시간이 8시 반, 출근 차량들이 한창 주차장을 빠져나올 때였다. 그에겐 노다지나 다름없었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끊임없이 차가 쏟아져 나오는 부릉부릉 노다지.
그는 두 손으로 철제 울타리를 움켜쥐고, 두 눈으론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자동차들을 열심히 쫓고 있었다. 어린이집에 갈 생각이 정말 전혀 없어 보였다. 나는 옆에 있던 소화전에 살짝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그곳, 민성이의 부릉부릉 노다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학버스가 정차하는 정류장이기도 했다. 아이들과 부모들 - 엄밀히 부모는 아니었다. 아빠는 나뿐이었으니 - 은 하나둘 정류장에 모여들었다.
올 때마다 느끼는 건데, 아이를 등원시키는 엄마들의 옷매무새는 놀라울 만큼 비슷하다. 그들은 한결같이 캡 모자와 마스크, 팔랑거릴만큼 넉넉한 추리닝 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있다.
이윽고 노란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했다. 아이들이 차례차례 오르고, 엄마들은 버스 유리창 앞에 나란히 서서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준다. 그리고 버스가 떠나자마자 엄마들은 총총걸음으로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다.
아이를 키워보니 알겠다. 하루 중 가장 신나는, 혹은 마음이 가벼운 시간이 바로 이 때다.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낸 직후. 학생으로 따지면 쉬는시간, 직장인에겐 점심시간 같은 거랄까.
물론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도 해야 할 집안일은 산더미지만, 그래도 잠깐은 내 시간이 생긴다. 누군가는 커피를 마실 테고, 누군가는 인터넷 서핑을 즐기겠지. 집으로 향하는 엄마들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어느새 정류장엔 민성이와 나만 남았다. 그와 눈이 마주쳤다. 어느 정도 차 구경을 마쳤나 보다. 하루에 봐야 하는 자동차의 총량 같은 게 있는 걸까. 민성이를 안고 어린이집으로 향하며 고민했다. 집에 가서 커피를 마실까, 인터넷 서핑을 즐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