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64일째, 민성이 D+613
날이 갈수록 봄가을은 짧아지고 여름과 겨울은 길어진다. 민성이 생후 19개월을 마감할 때쯤 찾아왔던 봄은 지난 한 달 동안 농익을 만큼 농익어, 이제는 좀 덥다 싶을 정도가 됐다.
민성이의 20개월은 봄날과 비슷했다. 따사롭지만 순식간에 지나갔다. 봄기운이 완연했던 이달 초, 우리는 민성이를 데리고 첫 2박 3일 여행을 다녀왔다(여행전야, 부여의 민성이(1),(2)).
여행은 성공적이었고, 1등 공신은 어느새 의젓하게 커버린 민성이었다. 이날 이후 아내와 나는 확신했다. 이젠 민성이를 데리고 숙박 여행을 갈만하겠구나. 이전엔 감히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아이의 에너지는 나날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민성이는 어린이집에서 나와 곧장 집에 가는 일이 없었다. 못해도 1시간씩은 뛰어놀아야 그 에너지가 조금 발산될까 말까였다(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활발히 뛰어노는 건 좋은데, 그러다 보니 아이 이마가 멀쩡할 날이 없었다(미안해, 이마야!). 또 힘은 어찌나 센 지 기저귀를 갈 때마다 공중제비를 돌아 주변을 초토화시키곤 했다(기저귀 테러범).
말은 비슷하다. 질적으론 19개월 때와 큰 차이가 없는데 - 최근에 아이가 할 줄 아는 말이 하나 늘긴 했다. 바로 '할머니'다 - 양적으론 말을 정말 많이 했다(너의 아빠 소리가 들려). 그의 입은 늘 웅얼대고 있었다.
뭐랄까, 그런 아이를 보면 표현하고 싶은 건 많은데 입이 안 따라주는 느낌이 든다(크롱. 크롱? 크롱!). 그의 자유로운 사고와 풍성한 감정을 담아내기엔 언어란 그릇은 너무 협소한 것이었다.
20개월 들어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부릉부릉'을 향한 그의 무한한 애정과 관심이다("부릉부릉, 코 자"). 집 안에선 자동차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집 밖에선 자동차를 구경하느라 바빴던 한 달이다.
20개월은 그가 본격적으로, 그래서 어이없게도 사랑에 눈을 뜬 시기이기도 하다(세 살, 사랑이 싹트는 나이). 어른이 하는 건 다 한다. 그만큼 컸다. 21개월엔 더 크겠지. 또 한 달, 잘해보자 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