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65일째, 민성이 D+614
<육아휴직 1년을 맞아, 민성이 엄마이자 아내의 특별기고문 - 꽤 오래전부터 써달라고 사정사정했지만 마감에 쫓겨 막판에 부랴부랴 건네준 - 을 아래에 싣습니다. >
정확한 시기가 기억나진 않지만, 인터넷에서 ‘인생의 전성기’라는 제목과 함께 돌쯤 돼 보이는 아기가 현관으로 아장아장 걸어가 퇴근한 아빠를 반갑게 맞아주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익명의 많은 엄마 아빠들이 ‘그 시절이 그립다’는 댓글을 달았고, 진심이 묻어났다.
훗날 나는 엄마가 되었다. 아이는 고맙게도 무탈하게 태어났고, 밝고 건강하게 자라주었다. 하지만 나는 매우 힘들었다(몸, 특히 손목이…). 내가 운동선수였다면 좀 더 나았을까? 스무 살에 엄마가 됐다면 수월했을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음에 슬펐다. 그리고는 어린 자녀를 키우는 이 시기가 ‘인생의 암흑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국 남편에게 ‘구조’를 요청했고, 남편의 우당탕탕 육아휴직은 그렇게 시작됐다.
어느덧 1년, 민성이는 두 돌을 바라보는 어린이(?)가 되었다. 푸르른 사월, 하지만 그보다 더 푸르른 민성이를 바라보는 요즘, 나와 남편은 문득 그런 생각을 한다. 어쩌면 인생의 전성기가 지금이 아닐까?
아이를 보면서 많이 피폐해졌다고는 하나, 아직 우리 부부에게는 젊음이 남아있다. 지난해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여의긴 했지만, 보통의 경우 부모님들도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나이이고 그들과의 왕래도 잦다.
그리고 무엇보다 품 안의 자식이 싱긋 눈웃음을 지어주고 재롱을 피운다. 햇살이 드리운 창가에서 장난감을 조물조물 만지며 노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보다 더 평안한 시기가 있을까 싶다.
20대에는 취업과 불안한 미래에 고달팠고, 4~50대에는 자식 뒷바라지에 회사생활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또 60살이 넘어가면 부모님도 자식도 나를 떠나갈 것이고….
그래서 지금이 인생의 전성기일 확률이 매우 높다는 확신이 든다. 특히나 맞벌이가 숙명인 우리 부부에겐, 육아휴직을 하고 부모님 근처에서 3대가 함께 지내는 바로 지금이.
내년에 다시 서울로 돌아가면 비빌 곳 없는 맞벌이 부부는 지지고 볶아가며 외아들을 키워나가야 하겠지만, 일단은 지금의 ‘전성기’를 즐기고 감사하며 살아가려 한다(내일 걱정은 내일로…^^).
끝으로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민성이 낳자고 조르고, 몸소 육아를 실천하고 있는 ‘민성이 아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고생했고, 좀 더 고생해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