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66일째, 민성이 D+615
또 가족여행을 왔다. 지난달, 부여 여행을 다녀온 뒤 딱 한 달만이다(부여의 민성이(1),(2)). 민성이와 우리 부부, 민성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삼촌까지, 어른 다섯에 아이 하나, 지난번 여행과 똑같다.
지난 주였나, 아내가 퇴근하고 와서 돌연 고창 이야기를 꺼냈다. 회사 동료가 다녀왔는데, 그렇게 좋더라는 거다. 고창이 속한 전라북도에서 나고 자랐는데, 생각해보니 그곳엔 제대로 가본 적이 없었다.
아내와 고창 사진을 둘러보다 즉흥적으로 여행을 결정했다. 그곳엔 바다와 산, 탁 트인 평야가 있었다. 특히 4월 말에서 5월 초, 이때의 고창이 참 매력적이라고들 했다. 거리도 군산에서 1시간 이내, 적당했다.
아내는 민성이 하원 전, 조금 일찍 퇴근했다. 평소라면 순순히 집에 들어갈 리 없는 민성이에게, 오늘은 집에 가면 엄마가 있다며 살살 달래서 안고 돌아왔다. 역시, 엄마라면 사족을 못 쓴다.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출발했다. 지난번 부여 여행보다 거리가 조금 늘었지만, 민성이는 차 안에서 지나가는 부릉부릉을 본다고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1시간이 순식간에, 그리고 무난하게 지나갔다.
숙소는 방 두 개를 예약했다. 원래 패밀리룸 하나만 잡아뒀는데, 알고 보니 기준인원이 4명이었다. 숙소에선 코로나 때문에 기준인원 초과가 안된다고 했다. 아뿔싸. 출발 직전에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내 실책이었다. 패밀리룸이라기에, 막연히 기준인원이 5명은 되는 줄 알았다. 내 무의식에는 '패밀리'란 5명은 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부랴부랴 작은 방 하나를 더 예약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근처 식당에 장어를 먹으러 갔다. 미리 알아보고 룸 있는 곳으로 예약을 해두지 않았더라면 낭패를 볼 뻔했다. 민성이는 정말 한시도 가만있지 않았다. 아내는 장어를 코로 먹었다.
식당을 나와서도 민성이는 한참을 돌아다니다 숙소에 들어갔다. 밥을 제대로 못 먹었는지, 숙소에 돌아와선 할머니가 사 온 블루베리를 잔뜩 집어먹고 평소보다 늦은 시간에 잠이 들었다.
매우 공교롭게도 이번 주말에 비가 온단다. 부여 때도 비가 왔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여행 둘째 날인 오늘은 민성이랑 동물농장에 갈 계획이었다. 부디 예보가 엇나갔으면 좋겠다. 그의 생애 첫 동물들과의 만남이 맑은 하늘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