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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May 02. 2021

고창의 민성이(2)

휴직 367일째, 민성이 D+616

'양아, 보고 싶어. 이걸로는 안 되겠니?' / 2021.5.1. 고창 상하농원ㄱ


여행은 할수록 는다. 확실히 한 달 전, 부여 여행을 갔을 때보다 이번 여행이 더 여유가 있었다. 아마 다음 여행은 이번보다 훨씬 더 수월할 것이다 


아내와 둘이 여행을 다니는 것과 아이를 데리고 셋이 여행을 다니는 건 천지차이다. 일단 아이를 대동하고는  많이 돌아다니기가 어렵다. 아이가 있으면 관광지 한 곳을 둘러보는 것도 쉽지 않다.


20개월 아이를 데리고 하루에 몇 군데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을까. 몇 번 여행을 해보니 알겠다. 우리에겐 딱 두 곳이 적당하다. 고창 여행을 계획했을 때부터, 나는 하루에 두 곳만 돌아보겠다고 생각했다. 상하농원과 청보리밭.


여행 둘째 날이었던 어제(1일), 숙소 식당에서 아침을 간단히 챙겨 먹고 곧장 상하농원으로 향했다. 날씨는 오락가락했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다가 갑자기 개이곤 했다. 농원으로 향하는 내내, 내 눈은 구름에 박혀있었다.


농원에 도착했을 때, 바람은 매서웠지만 다행히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았다. 농원은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만큼 정갈했고, 아기자기했다. 그들이 내세우고 있던 것처럼, 농장 테마파크라 불릴만했다.


민성이 역시 농원에서 신나게 뛰어놀았다. 하지만 농원이라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농원 안이든, 밖이든 비슷하게 해맑았다. 농원이 깔끔해서 좋았다는 건, 사실 민성이가 아닌 아내와 내 시선이었다.


그곳엔 양과 젖소, 토끼가 있었다. 나는 민성이가 책에서만 보던 동물을 실제로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거라 생각했는데, 꼭 그렇진 않았다. 기다란 당근을 양과 토끼에게 건넬 때, 그는 덤덤했다. 혹은 약간 겁에 질렸거나.

 

농장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오후엔 청보리밭으로 향했다. 내가 봐 둔 두 번째 관광지였다. 드넓은 평야엔 청보리가 끝없이 펼쳐져있었다. 청보리밭을 둘러싼 커다란 나무에 바람이 부딪힐 때마다 파도 소리가 났다.


아내는 바람에 나무가 철썩 부딪히는 그 소리가 참 좋다고 했다. 청보리밭에서 오랜만에 아내와 둘이서 사진도 찍었다. 복직하면 누리기 쉽지 않을, 당분간은 다시없을 소중한 시간이었다. 군산에서 남은 시간, 지금보다 더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놀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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