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68일째, 민성이 D+617
고창 여행의 대미를 장식한 건 간장게장이었다. "고창에 정말 맛있는 간장게장집이 있대." 여행을 떠나기 전, 인터넷을 뒤적이던 아내는 말했다. 그곳을 방문하는 건 출발 전부터 이번 여행의 상수였다.
원래 계획은 여행 둘째 날(1일) 저녁에 게장을 먹는 거였다. 재료가 다 떨어지면 문을 일찍 닫을 수도 있다기에 그날 오후 4시에 전화를 걸었다. 한참 뒤에 전화를 받은 사장님은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다. 여행 내내 민성이를 챙기느라 밥을 코로 먹은 아내도 먹고 싶은 걸 먹을 권리가 있었다. 계획을 바꿔, 여행 마지막 날이었던 어제(2일) 모닝 게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마지막 날은 날이 정말 억울할 정도로 화창했다. 전날 상하농원에서도, 청보리밭에서도 이런 날씨였으면 경치가 더욱 기막혔을 텐데. 차창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너무나도 파래서 진짜 하늘이 아닌 것 같았다.
숙소에서 30분이나 달려올 만한 맛이었다. 이 식당은 원래 금, 토, 일 주 3일만 영업을 했는데, 최근 그마저도 주말 영업으로 바뀌었단다. 보통 몇 시에 재료가 떨어지냐고 물어보니 오후 2시면 문을 닫는다고 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게장을 게눈 감추듯 해치우고, 우리는 식당 앞에서 헤어졌다. 군산으로 돌아가는 길, 민성이가 자면 커피를 마시겠다던 아내는 민성이와 함께 차 안에서 곯아떨어졌다.
민성이는 그 길로 계속 잠이 들어, 집에 와서도 두 시간 가까이 낮잠을 잤다. 덕분에 나도, 아내도 부족한 수면을 - 민성이는 고창에서도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났다 - 보충할 수 있었다.
먹고, 자고, 노는 게 민성이 일 아니던가. 낮잠을 푹 자고 일어난 아이는 또 기운이 쌩쌩해져서 집 앞 공원 모래밭에서 신나게 뒹굴었다. 그리고 다시 집에 돌아와선 잠들기 직전까지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놀았다.
이번 주말, 고창에서 2박, 그리고 여행을 다녀온 뒤 군산에서 보낸 일요일 오후까지, 민성이는 엄마 아빠는 물론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모두와 진한 시간을 보냈다. 내가 그렇듯, 지금 이 순간이 아이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