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69일째, 민성이 D+618
그제(2일) 오후, 민성이를 데리고 아내와 집 앞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을 때였다. 이른 점심을 먹었더니 배 속이 허전해 근처 빵집에서 빵과 우유를 사서 공원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아내와 나는 추억의 사라다빵을, 민성이는 카스텔라를 먹었다. 고사리 손으로 참 야무지게도 빵을 집어먹는 민성이을 보며 아내가 말했다. "누가 둘째를 낳아줬으면 좋겠다."
아이가 생후 20개월쯤 되니 확실히 여유가 생긴다. 제법 말귀를 알아듣고 혼자서도 잘 논다. 민성이는 요즘 손에 자동차만 쥐어주면 거실 매트 위에서 몇십 분을 꼼짝도 하지 않고 논다.
말귀를 알아듣는 것만큼이나 표현력도 풍부해져서 아이의 귀여움은 날로 커져 간다. 가끔 떼를 쓰기도 하지만, 아이의 예쁜 짓은 미운 짓을 압도한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그래서 이때쯤 다들 둘째를 생각하나 보다. 민성이가 한국 나이론 세 살이니, 만약 우리가 올해 아이를 갖는다면 민성이와 둘째의 터울은 세 살이 된다. 그러고 보니 나와 내 동생도 네 살 터울이다. 얼추 비슷하다.
둘째 생각은 특히 놀이터에 가면 많이 난다. 민성이가 낯을 가리는 성격이면 좀 덜할 것 같은데, 나는 그가 누군가의 앞에서 쑥스러워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사탕을 줄 것도 없다. 민성이는 낯선 사람이 손짓만 해도 따라갈 것이다. 어제(3일)도 그는 놀이터에 아이들이 나타나기만 하면 무조건 다가갔다. 형, 누나, 동생, 친구를 가리지 않는다. 가끔 다른 아이의 엄마도 따라다닌다.
어제는 유독 놀이터에 형제가 많이 보였다. 내가 육아휴직 중인 지금은 '노잼' 아빠라도 같이 미끄럼틀도 타고 그네도 밀어줄 수 있지만 내년이면 이것도 쉽지 않다.
둘째가 있으면 아이에게도, 우리에게도 좋을 거라는 걸 말해 뭐하랴. 어제 아내 말의 포인트는 '낳아줬으면 좋겠다'였다. '낳았으면 좋겠다'가 아니고.
민성이를 낳고 안 그래도 약한 아내는 더 약해졌다. 매년 으레 받는 검진에서도 진단을 요한다는 항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첫째는 아내가 낳았으니, 둘째는 내가 낳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한동안은 놀이터에 갈 때마다 생각이 복잡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