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70일째, 민성이 D+619
종일 날이 흐리더니 결국 빗방울이 떨어졌다. 어쩔 수 없이, 웬만해선 운행하지 않는 유모차를 끌고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웬만해선 유모차를 운행하지 않는 이유는 당연히 민성이의 차고 넘치는 에너지 때문이다.
어린이집 앞은 커다란 종이꽃과 바람개비, 풍선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어린이집 풍경다웠다. 선생님들 고생하셨겠네, 라는 너무나 안 어린이 같은 생각을 하며 민성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늘 그렇듯 민성이는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씩씩하게 걸어 나왔다. 선생님 손엔 가운데에 아이 얼굴 사진이 크게 박힌 바람개비와 파란색 풍선이 들려있었다.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님으로 북적북적한 어린이집 문 앞에서, 민성이는 유모차를 타지 않겠다며 대성통곡을 했다. 예상했던 바였다. 하지만 나도 육아휴직을 한 지 1년이 넘었다.
아이를 흠뻑 젖게 할게 아니라면 유모차에 태워야 한다. 민성이가 울고 불며 발버둥을 쳤지만, 단호하고 신속하게 아이를 유모차에 태웠다. 역시나, 울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쳤다.
하지만 본 게임은 그때부터였다. 아이와 밖에서 노는 것보다 안에서 노는 게 훨씬 어렵다. 민성이처럼 활발한, 그래서 밖에서 몸을 풀어줘야 하는 아이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비가 오는 날은 육아 난이도가 급상승한다.
나를 구해준 건 자동차였다. 우리 집엔 원래 자동차 세 대와 비행기 한 대가 있었는데, 지난 주말 부모님이 민성이 어린이날 선물로 중장비 차량 세 대를 사줘서, 우리 집 자동차 장난감은 모두 여섯 대가 되었다.
혼자 놀기 심심했는지 민성이는 날 미끄럼틀 앞에 앉혔다. 아이가 차 여섯 대와 비행기 한 대를 차례로 미끄럼틀로 내리면 나는 그걸 받아 일렬로 줄을 세운다. 그리고 다시 차를 위로 보내면 민성이도 똑같이 한다. 이게 한 사이클이다.
육아는 반복이라는 걸 알기에 그리 힘들진 않았다. 오히려 별생각 없이 장난감 자동차를 밀었다 주차하기를 반복하기만 하면 되니, 여러 육아 노동 중엔 편한 쪽에 속했다.
민성이는 내가 올려 보낸 장난감 차를 주차하느라 여념이 없고, 창 밖엔 여전히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소리를 들으며, 어린이날은 부디 날씨가 좋기를, 민성이가 지금처럼 별 탈 없이 자라주기를 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