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72일째, 민성이 D+621
뭐든 시간 앞에 장사 없다. 해보니, 육아도 그렇다. 내가 잘해서라기보단 어느덧 두 돌을 바라보고 있는 민성이가 잘해서겠지만, 어쨌든 근래 육아가 많이 수월해졌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요즘은 아내의 야근도 두렵지 않다. 사실 민성이가 오후 4시쯤 하원하니, 아내가 없더라도 아이가 잠들 때까지 네 시간 정도만 버티면 되는 건데, 예전엔 그게 참 쉽지 않았다.
어제(6일)도 아내는 늦게 퇴근했다. 이번 달은 좀 바쁠 거라고, 그녀는 일찌감치 얘기했었다. 민성이 하원할 때쯤 전해진, 오늘 야근할 거라는 아내의 비보에 그리 놀라지 않았던 건 그래서였다.
네 시간의 육아 노동 가운데 정신적,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두 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난 주저 없이 밥 먹이기와 씻기기를 고를 것이다. 그동안 아내의 야근이 부담으로 다가왔던 이유도, 사실 저 두 가지 때문이다.
휴직을 1년 넘게 하면서 얻은 육아 노하우가 하나 있다. 기다림이다. 조금만 아이를 기다려주면 일은 대부분 순조롭게 진행된다. 밥 먹이기와 씻기기 역시 기다리니까 편하다는 걸,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난 민성이 밥을 오후 5시 반쯤 먹였다. 여러 가지를 고려한 시간이다. 우선 아내가 6시 좀 넘어 퇴근하니 그전에 밥을 먹이고 치우는 게 편하다. 또 너무 늦지 않게 재우려면 그쯤 밥을 먹여야 했다.
예전엔 그래서 그 시간이 되면 무조건 밥을 차리고 아이를 자리에 앉혔다. 민성이는 밥을 잘 먹을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렇지 않을 땐 밥알이 집안 곳곳에 정말 처절히도 나뒹굴었다.
규칙적인 생활이 아이에게도 좋긴 할 테지만, 생각해보면 아이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식사였다. 민성이는 그때 배가 고프지 않았을 수도, 더 놀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기다리기로 했다. '맘마'라고 했을 때 아이가 반응하면, 반가워하며 식탁으로 달려오면 그때 먹이기 시작했다. 그래 봐야 6시 안팎, 별 차이 나지도 않는다. 그랬더니 민성이는 그릇에 밥 한 톨 남기지 않았다.
씻기는 것도, 양치질도, 자는 것도 기다리니 아이가 알아서 했다. 내가 채근하지 않아도 아이는 허기지고 졸리게 돼 있다. 사람은 뭐든 자기가 하고 싶을 때 제일 잘한다.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육아를 하며 기다림을 배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