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77일째, 민성이 D+626
나이가 어느 정도 들면 누군가에게 얻어맞을 일은 생기지 않는다. 내가 술버릇이 고약하거나, 혹은 술버릇이 고약한 사람을 마주하는, 아주 독특한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나도 그랬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와 치고받았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고등학생 때만 해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인생은 모른다. 그로부터 20년, 나는 얻어맞았다. 취객이나 강도가 아닌, 아들에게.
아내는 아침 8시 반쯤 출근한다. 그래서 그녀는 민성이와 놀아주다 30분 전부터 출근 준비를 한다. 아이가 아무리 엄마가 계속 놀고 싶어 해도 그 30분 동안은 아빠와 있어야 한다. 우리 집의 오랜 규칙이다.
주말만 지나고 나면 더 엄마 껌딱지가 되는 민성이는 어제(11일) 순순히 아내와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아이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규칙은 규칙이다. 안방으로 들어가겠다고 발버둥 치는 아이를 들어 올렸다.
그때였다. 민성이는 양손으로 힘껏 내 얼굴을 내려쳤다. 손은 조그마한 게 맵기는 꽤 매웠다. 대여섯 대쯤 얻어맞았을까. 곧바로 아이를 내려놓고 두세 번 정도 진지하게 타일렀다. "아빠 얼굴 때리면 안 돼."
아이는 거실 매트 위에 발랑 누워 한동안 떼를 썼지만 조금 그러다 말았다. 그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또 이리저리 장난감 자동차를 굴리며 놀았다. 역시 가해자보다 피해자의 기억이 더 오래가는 법이다.
크게 당황하진 않았다. 예전에 읽은 몇몇 육아서에서 이런 내용을 접해서 민성이 또래 아이들이 그럴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사실 평소 민성이의 활발한 에너지를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동안 너무 얌전했던 편이다.
실제로 민성이는 잘 그러지 않았다.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하면 책이나 장난감을 내던지고(그래 봐야 코 앞에 떨어지지만), 자기 머리를 벽이나 책장에 부딪힐 때는 많지만(아주 살짝), 누군가를 때리진 않았다.
저 솜 주먹에 맞아봐야 얼마나 아프겠느냐만은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되면 곤란하다. 내가 민성이에게 그러하듯, 민성이 역시 그 누구도 때려선 안 된다. 난 아이가 폭력적으로 자랄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다.
육아서에선 부모가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아이한테 맞았다고 부모가 덩달아 흥분하면 제대로 훈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친구를 안아주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바로 지금, 부모의, 나의 역할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