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79일째, 민성이 D+628
나는 나누는 게 싫었다. 어렸을 때 엄마가 간식, 예컨대 만두 같은 걸 그릇에 담아주면 동생보다 한 개라도 더 많이 먹으려고 최선을 다했다. 동생과 음식을 나눠먹어야 한다는 현실에, 나는 분개했다.
과연 집에서만 그랬을까. 학교에서도 그랬다. 나는 나밖에 몰랐다. 부모님 사랑도 많이 받았고, 자연스레 사회화를 배울 수 있는 네 살 터울 동생도 있었는데 왜 그랬을까. 어쩌면 타고난 성격이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10여 년을 살다 중학교 1학년 때였나. 버스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역지사지'란 단어가 머릿속을 스쳤다. 그 날 그 사자성어를 배웠던 건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기억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한 번도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본 적이 없었다. 엄마가 준 만두 10개 중 8개를 먹었으면서 남은 2개도 자기가 먹어야 한다는 형을 바라보는 동생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건 흡사 개안(開眼)이었다. 그 날 이후 나는 조금씩 변하려고 노력했다. 매우 다행히도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도 몇 명 생겼고, 결혼해서 애도 낳았다. 그 날, 그 작은 사건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요즘 민성이를 보다가 문득 어린 시절의 나, 나누는 걸 싫어했던 내가 떠올랐다. 얼마 전 어린이집 원아 수첩엔 민성이가 친구들과 놀잇감을 나누기 힘들어한다고 적혀있었다.
그리 놀라진 않았다. 미세먼지로 하늘이 뒤덮였던 지난 주말, 민성이를 데리고 키즈카페에 갔을 때도 아이는 장난감 자동차 수납장 앞에서 수문장 노릇을 톡톡히 했다.
놀이터에선 또래 아이가 그네를 타고 있으면 자기가 타겠다며 친구의 그네를 뺏고 미끄럼틀도 자기가 먼저 타겠다며 친구를 밀칠 때가 있다. 그네 건 시소 건 목마 건, 막상 친구가 양보해주면 잘 타는 것도 아니다.
그럴 때마다 놀잇감은 친구와 같이 가지고 노는 거라고, 친구가 먼저 타면 기다려야 한다고 차분히 타일러 보지만 아이는 당연히, 네 알겠습니다, 하지 않는다. 어제(13일)도 몇 번을 놀이터에서 드러누웠다.
나누는 게 어려울 수 있다. 민성이는 이제 20개월, 나는 중학생이 돼서야 깨우치지 않았나. 조급해하진 말되, 아이의 잘못은 차분하고 단호하게 바로잡아주자. 그러다 보면 언젠간 그도 친구와 놀잇감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