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83일째, 민성이 D+632
그제(16일) 밤, 아내는 민성이를 재우러 방에 들어갔고,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 브런치를 쓰고 있었다. 그때였다. 별안간 월패드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저녁 9시가 다된 시간이었다. 느낌이 싸했다.
그 시간에 관리사무소에서 우리 집에 전화할 일은 딱 한 가지다. 수화기 너머 사무실 직원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아래층에서 민원이 들어와서요. 쿵쿵 뛰는 소리가 들린다고. 늦은 시간이니 양해 부탁드려요."
납작 엎드려 연신 사과를 하고 통화를 끝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 당혹스러웠다. 아이가 잠들고 아내에게 물어보니, 내가 샤워를 하는 동안 민성이가 책을 나르며 거실과 방 사이를 부산히 뛰어다녔단다.
서울에선 민성이가 기어 다녔을 뿐만 아니라 1층에 살았기 때문에 층간소음은 다른 집 이야기였다. 군산에 온 지 10개월, 이거 위험한데, 하며 마음을 졸이던 순간이 몇 번 있었지만 아래층에선 한 번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2층은 비어있는 게 아닐까?" 아내와 나는 가끔 이렇게 추론했다. 하지만 민성이를 등하원시킬 때, 2층 거실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몇 번 목격했더랬다. 추론은 틀렸다. 우리 집 아래층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거실엔 매트도 깔려있고 하니 민성이가 간혹 뛰어다닐 때 그 소리가 아래층에선 어느 정도로 들리는지, 그게 층간소음 수준인 건지 영 가늠이 되질 않았다.
다만 한 번도 연락을 받은 적이 없으니 내심 괜찮은가 보다 하고 마음을 놓고 지낸 것이다. 그러다 그제, 이 집에 와서 처음으로 민원 전화를 받았다.
민성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지 말라고 할 땐 늘 마음이 안 좋다. 그래도 아파트에 사는 한 아이는 집에선 뛰면 안 된다. 아래층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아이에게 미안한 감정이 드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민원 전화를 한 번 받고 나니, 아이가 집에서 놀 때마다 신경이 여간 쓰이는 게 아니다. 민성이의 차고 넘치는 에너지는 밖에서 풀게 해주자. 어째 그동안 별일 없다 했다. 이렇게 또 아빠가 됐다는 걸 절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