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82일째, 민성이 D+631
민성이는 날 닮은 부분도, 아내를 닮은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낮은 코는 나를 닮았고 가느다란 머리카락은 아내를 닮았다. 외모뿐만이 아니라 성격이나 기질도 아내와 나를 조금씩 나눠 닮았다.
더위와 추위를 느끼는 것도 다르다. 전에도 얘기한 것처럼(부자의 신나는 금요일) 난 더위에 약하고 아내는 추위에 약하다. 이번 주말, 우리 부부는 확신했다. 민성이는 나를 닮았다. 그는 더위에 약하다.
요즘 민성이는 조금만 놀아도 목 뒤가 땀으로 흥건해진다. 물론 아이는 얇은 옷을 입고 있다. 창문도 활짝 열려있다. 옷이 두껍거나, 집 안이 찜통이어서가 아니다.
어제(16일) 부모님 집에서 낮잠을 자고 일어난 아이는 잠이 부족했는지 칭얼거리며 1시간을 아내 품에 폭 안겨있었다. 아이의 목덜미엔 아침 이슬 같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 나와 민성이는 느끼는 게 비슷하다. 나는 조금 덥다 싶으면 가장 먼저 턱 아래쪽이 끈적끈적해지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를 보면 역시 덥다고 칭얼거리고 있다.
반면 아내는 다르다. 온종일 비가 내렸던 이번 주말, 같은 공간에 있는데도 민성이와 나는 더웠고, 아내는 추웠다. 어제(16일) 키즈 카페에서도 민성이는 에어컨 밑에 자리를 잡았고, 아내는 와들와들 떨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막 육아휴직을 시작했던 작년 이때쯤에도 난 에어컨을 거의 매일 끼고 살았다. 아기 민성이도 집이 서늘한 걸 좋아했다. 에어컨을 안 틀기 시작한 것도 10월은 돼서 그랬던 것 같다.
여름은 제대로 시작도 안 한 것 같은데 벌써 걱정이다. 이제 5월 중순, 초여름이라 말하기도 어색하다. 땀 많은 부자가 이 여름을 잘 보낼 수 있을까. 군산에서 보내는 마지막 여름, 전례 없이 시원하게 보냈으며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