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81일째, 민성이 D+630
어제(15일) 아내와 나는 또 상경했다. 얼마 전 우리가 산 서울 집에 사정이 생겨 매도자와 상의 끝에 잔금일을 석 달 미루기로 했고, 이에 따라 계약서도 새로 써야 했기 때문이다. 번거로웠지만 안 할 순 없는 일이었다.
출발은 오후 1시, 대신 오전엔 집에서 몸을 배배 꼬는 민성이를 데리고 키즈 카페에 갔다. 아이를 최대한 녹초를 만들어놓는 게, 반나절 동안 그를 돌봐줄 부모님에 대한 예의(?)이기도 했다.
날이 흐려선지 키즈 카페엔 점점 사람들이 늘어났다. 다들 비슷한 생각이었겠지. 신나게 놀던 민성이는 엄마 아빠가 친구 장난감 뺏는 걸 못하게 해서 심통이 났는지, 1시간이 안됐는데도 나가자고 칭얼거렸다.
집에 있던 민성이 자동차 여섯 대와 비행기 한 대를 챙겨 곧바로 부모님 집으로 향했다. 단 하룻밤인데도 민성이를 밖에서 재우려면 짐이 이렇게 한가득이다.
엄마 집에서 간단히, 그렇지만 맛있는 국수를 챙겨 먹고 민성이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는 이번에도 아내와 나를 얌전히 보내주었다(민성이의 두 번째 집). 부동산 문제엔 늘 진지한 20개월생이다.
집 산 날 그랬던 것처럼, 왕복 5시간 버스를 타고 부동산엔 30분도 머물지 않았다. 저녁은 아내와 터미널 김밥으로 때웠다. 하루 대부분을 버스 안에 가만히 앉아있기만 했는데도 차에서 내릴 땐 피로가 잔뜩 몰려왔다.
민성이는 이제 아기도 아니라고, 아버지는 말했다. 그렇게 얌전할 수가 없더란다. 우리가 떠나고 나서 낮잠을 푹 자고, 떼쓰지 않고 조용히 혼자서 놀다가, 저녁도 주는 대로 잘 받아먹었다고 했다.
아내와 내가 들어왔을 때, 민성이는 토끼 인형을 껴안고 대자로 뻗어 자고 있었다. 아이는 날로 커가고, 우리가 서울에 올라갈 날, 내가 복직할 날은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다 잘 됐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