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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May 19. 2021

아기는 만물의 영장

휴직 384일째, 민성이 D+633

'가만 보자. 자동차가 충분하려나… 더 가지고 와야 하는 거 아닌가?' / 2021.5.16. 집 앞 키즈카페


민성이 취침시간이 슬금슬금 후퇴하고 있다. 아내와 나는 민성이를 조리원에서 데리고 나오자마자 수면 교육을 시작했는데, 돌 전엔 보통 6시, 늦어도 7시엔 아이를 재웠다.


하지만 10분씩, 30분씩 서서히 취침시간이 밀리더니, 요즘은 9시 넘어 잘 때도 제법 된다. 우리가 늦게 재우는 게 아니다. 아내와 내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잘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불을 끄고 블라인드를 친다.


해가 길어진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아이가 늦게 자고 싶어 한다. 이르고 늦고가 아니라, 잠 자체를 아예 안 자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원치 않지만, 그냥 지쳐서 잠드는 느낌이랄까.


잠에 있어선 나도, 아내도 단호한 편이다. 아이가 자고 싶어 하지 않아도 최소 9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어서 충분히, 못해도 10시간 이상은 수면을 취해야 한다고 우리 부부는 생각한다.


그래서 아내는 - 아내 퇴근 후엔 보통 그녀가 육아를, 내가 가사를 담당한다. 민성이를 재우는 것도 보통 그녀가 한다 - 민성이를 8시 전에는 침실로 데리고 가려고 노력한다.


예전이라고 아이가 눕자마자 잠드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보통 자기 방에 들어가면 30분 안에는 잠들었다. 하지만 요즘은 1시간씩 걸리는 것도 다반사다. 그는 잠들지 않으려고 정말 최선을 다한다.


말 못 하는 아이는 온몸으로 자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를 내보낸다. 예컨대 손가락으로 코를 가리키고 입 안을 가리킨다. 코가 막혔으니 뚫어달란 얘기고, 목이 마르니 물을 마시고 싶단 얘기다.


어디 부딪힌 적도 없는데 발가락이 아프다며 호 불어달라고도 한다. 옆에 누워있으면 너무 귀여워서 실소가 나지만 말려들면 안 된다.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더 놀아달라고 하기 때문이다. 


어제(18일) 아침엔 아내가 자기보다 늦게 일어나자, 평소 기저귀를 갈 때면 공중제비돌기를 하던 아이가 갑자기 기저귀를 가지고 와 그녀에게 갈아달라고 하더란다. 그럼 엄마가 일어난다는 걸 아는 거다.


"이래서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나 봐." 아침을 먹으며 아내가 말했다. 꾀라고 해야 할까, 눈치라고 해야 할까. 아이가 날로 영특해지는 게 느껴진다. 귀여운 꼬마 영장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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