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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May 20. 2021

노세 노세 휴직해 노세

휴직 385일째, 민성이 D+634

5월의 싱그러운 풀밭에서 숨은 민성이 찾기 / 2021.5.19. 전주 대아수목원


민성이가 많이 컸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이동 중인 차 안에서 아이가 짜증 내지 않고 진득하게 기다릴 때도 그렇게 느낀다. 덕분에 민성이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곳도 많아졌다. 


석가탄신일이었던 어제(19일), 우리 부부와 부모님, 그리고 민성이 다섯 식구는 전주 대아수목원에 다녀왔다. 군산에서 차로 1시간 거리였다. 예전 같았으면 1시간 거리라는 데서 이미 행선지 탈락이었다.


반년 전, 민성이를 데리고 정읍에 있는 외할머니 산소를 다녀온 적이 있다(민성이의 장거리 여행?). 그때도 1시간 거리였다. 그 날 아이가 차 안에서 얼마나 보챘는지 모른다. 그를 보좌하던 아내는 멀미가 났다.


하지만 어제는 달랐다. 군산 집에서 출발해 전주 수목원에 도착할 때까지, 민성이는 한 번도 보채지 않았다. 물론 30분 정도 지나 곯아떨어진 덕분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어른들끼리 웃고 떠드는 사이 우린 목적지에 와있었다.

공휴일에 날씨도 좋았다. 수목원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곳저곳 둘러보기에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다. 어차피 민성이가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은 거기서 거기, 애초에 수목원을 다 돌아보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예상대로 민성이는 엉뚱한 데에 꽂혔다. 그는 수목원을 지나던 조그만 하천 위로 나뭇잎을 떨어트리는 데에 주력했다. 5월의 싱그러운 녹음도, 화려한 꽃잎도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1시간 정도 민성이와 수목원 산책을 마치고, 부모님 지인이 운영하는 전주 시내의 일식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원래도 맛있는 음식인데, 이것저것 더 챙겨주셔서 정말 배가 터질 뻔했다.


낯 안 가리기로 유명한 우리 아드님은 또 처음 보는 부모님 지인, 식당 여사장님 품에 안겨 가게 이곳저곳을 거침없이 둘러보았다. 특히 주방에 있는 (곧 횟감이 될) 우럭이나 도미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더란다.


어른 못지않게 배가 빵빵해진 민성이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곤히 잠들었다. 육아휴직 1년 하고도 20일째, 이 시간이 끝나기 전에 더 열심히, 부지런히 돌아다녀야겠다고, 그래서 민성이와 조금이라도 더 추억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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