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86일째, 민성이 D+635
정신을 차려보니 민성이가 잠들어있었다. 그리고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 시간이 8시 반이 좀 넘었나 그랬다.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와보니 아내가 거실에 널브러진 민성이 장난감을 치우고 있었다.
어제(20일)는 아내가 야근을 했다. 그녀는 일주일에 한두 번 야근, 아주 가끔 회식을 한다. 내가 일할 때를 생각해보면 아내의 야근은 애교 수준이다. 나는 일주일에 한두 번 야근을 안 했다.
근래 들어선 민성이가 잠들 때까지 혼자 애를 봐도 힘들지 않았는데, 어제는 이상하게 몸이 무거웠다.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나와 집에 오면서부터 그랬다.
일단 날이 흐렸다. 내 기분이 축 가라앉기도 하거니와 날이 흐리면 민성이가 밖에서 몸을 풀 수가 없다. 비가 오는 날은, 그래서 육아 난이도가 급상승한다.
그리고 요즘 민성이가 장난감 자동차에 흥미를 잃었다. 그렇게 불철주야 자동차만 가지고 놀더니("부릉부릉, 코 자"), 결국 물렸나 보다. 어제도 아이는 자동차엔 별로 손을 대지 않았다.
민성이는 예전으로 돌아갔다. 그는 잠들기 전까지 나와 책을 읽다가 함께 침대에서 뒹굴다가 아내의 털목도리를 얼굴에 비비다가 블록 놀이를 했다. 자동차가 빠진 자리는 아빠가 채웠다. 피곤한 게 당연했다.
하지만 덕분에 민성이를 평소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고, 더 많이 껴안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어제 또 한 번 느꼈다. 우리 아들은 정말 잘 웃고, 애교가 많구나. 나도 혹시 어릴 땐 저랬을까.
아이가 쭉 이렇게만 자라줬으면 좋겠다고, 그의 뺨에 얼굴을 비비며 생각했다. 지금처럼 잘 웃고, 애교도 철철 넘쳐서 사람들과 사랑을 많이 주고받는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난 몇 날 며칠 피곤해도 괜찮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