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89일째, 민성이 D+638
매 주말, 아내는 민성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고 싶어 한다. 평일 낮엔 일하고, 밤엔 아이와 놀아주니 주말엔 좀 쉬고 싶을 법도 한데, 엄마 마음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그래서 매 주말, 그녀는 주위에 아이와 놀러 갈 만한 곳이 있는지 부지런히 찾아본다. 어제(23일)는 예전에 가보려다 사정이 생겨 미뤄뒀던 숲 놀이터, 일종의 야외 키즈카페에 다녀왔다.
일요일 아침, 평소와 비슷한 시간에 일어난 민성이 밥을 먹이고 곧장 나갈 채비를 했다. 근처 빵집에서 빵과 커피로 우리의 아침, 아이에겐 간식을 해결하고 그 길로 숲 놀이터로 향했다.
10시에 문을 여는데, 도착해보니 10분 일찍이다. 그래도 푸근한 인상의 사장님은 곧바로 입장을 시켜주신 데다가 첫 손님이라며 토끼 먹일 당근도 공짜로 주셨다. 시작이 좋았다.
그곳의 첫인상은 애 있는 부부와 같이 놀러 오면 너무 좋겠다, 였다. 군산에 그런 친구 내외가 없다는 게 원통할 따름이었다.
널찍한 소나무 숲엔 밧줄과 나무판자를 엮어 만든 아이들 놀이기구 - 예컨대 미끄럼틀과 그네, 시소 같은 - 가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고, 가족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무 평상과 벤치도 잘 마련돼있었다.
민성이는 특히 해먹을 좋아했다. 그는 아내와 내가 앞뒤로 흔들어주는 해먹에 폭 싸인채 한참 동안 과자를 집어먹었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이 좋은 데를 우리만 알 리 없었다. 민성이가 과자를 반 봉지 정도 비웠을 때쯤 놀이터엔 사람이 반 이상 찼다. 평상 위에 텐트를 치는 아빠도 있었다. 그리 덥지 않은 날씨, 다들 즐거워 보였다.
두 시간쯤 놀다 보니 민성이 행동이 느려졌다. 낮잠 시간이다. 아이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곯아떨어져 딱 놀이터에서 논만큼 잤다. 민성이의, 우리 부부의 추억을 또 한 겹 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