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91일째, 민성이 D+640
이제 겨우 화요일, 고작 이틀이 지났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번 주는 시간이 더디다. 그나마 새로 중국어 공부를 시작해서 다행이지(민성이, 니하오?) 그마저도 없었다면 더 심했을 것이다.
왜 일까. 일단 아내 회사의 상반기 실적 마감일이 다가오면서, 이번 주는 계속 야근을 할지 모른다는 예고가 주초부터 어깨를 무겁게 했다. 이젠 혼자서 민성이를 재우는 것도 어렵지 않지만, 매일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평일에 한 번씩 육아의 휴식처가 되어주었던 엄마 집도 가기 어렵다. 요양보호사인 엄마도 이번 주는 일이 많다고 했다. 이번 달 격주로 수요일마다 공휴일이 있었던 것도 지나고 나니 독이 되었다.
근본적으론 육아휴직을, 그것도 부모님을 빼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 곳에서, 1년 넘게 하니 좀 지친 것 같다. 생활은 익숙해졌지만 무료함과 외로움이 거의 목젖까지 차오른 느낌이다.
설상가상으로 어제(25일) 아침엔 황사비가 내렸다. 미세먼지와 비의 조합이라니! 안 되겠다, 오랜만에 키즈 카페라도 데려가야지 생각했는데 오후엔 다행히 날이 갰다. 미세먼지도 많이 걷혔다. 죽으라는 법은 없나 보다.
하원 후에 민성이와 1시간 정도 밖에서 놀다가 집에 들어왔다. 어제도 어김없이 덤프트럭과 굴착기는 왜 지하주차장에서 '코' 잘 수 없는지 스무 번쯤 얘기해주고 나니 오후 6시가 넘었다.
기계적으로 민성이 저녁밥을 차리려고 적절한 타이밍을 재고 있는데, 아내에게 메시지가 왔다. 민성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야근을 안 하겠단다(물론 그 야근은 안 해도 되는 게 아니고, 미루겠단 얘기다).
아내가 퇴근한 뒤 셋이 같이 저녁밥을 먹고 후식으로 수박을 먹었다. 아내는 민성이를 씻기는 동안 나는 그릇을 씻었다. 아내가 민성이를 재우는 동안, 난 브런치를 썼다.
내일도 오늘과 같을 것이다. 내 점심 메뉴, 민성이의 산책 코스, 아내의 야근 여부만 조금 다를 뿐이다. 무료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지루하고 답답해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 - 예를 들어 민성이 볼에 얼굴을 비비는 것 같은 - 에 집중하자. 그리고 감사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