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392일째, 민성이 D+641
민성이가 어린이집을 다닌 지 9개월이 넘었다. 이쯤 되니 그냥 오며 가며 인사만 했는데도 아는 엄마들이 제법 된다. 민성이와 같은 반 아이 엄마들은 아파트에서 마주치면 이제 반갑기까지 하다.
어제(26일)도 민성이 하원 시간에 어린이집 입구에서 엄마 둘을 만났다. 둘 다 아이가 딸인데, 개월 수가 비슷하다. A 엄마는 B 엄마에게 언니라고 불렀다. 물어보니 둘이 조리원 동기란다.
수유실에서 처음 만났는데, 알고 보니 같은 아파트에 살았고, 1년 뒤 아이 둘은 아파트 단지 어린이집에 들어가 같은 반 친구가 됐다. 엄마 둘이 안 친하려야 안 친할 수가 없다.
혈혈단신, 육아휴직을 하고 객지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로선 부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어쩌겠나. 난 조리원 동기는커녕 군산 사람도, 엄마도 아닌 것을.
민성이가 하원을 하고도 친구들 곁에 머물러준 덕에, 아이 핑계를 대고 나도 슬그머니 두 엄마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집에서 혼자 애를 보는 것보다 한 열 배 정도 마음이 푸근했다. 아, 그 복작거림이란.
평일에 민성이와 둘이 놀이터에 있다 보면 부러운 게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아이가 둘인 경우, 즉 형제나 자매, 남매끼리 노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엄마가 둘인 경우, 즉 엄마들끼리 노는 경우다.
난 둘 다 해당하지 않는다. 민성이도 혼자고, 나도 혼자다. 그렇게 13개월을 보냈지만, 당연히 좋아서 그랬던 건 아니다. 그럴 수밖에 없으니 아들과 둘이 낑낑대며 버텨낸 것뿐이다.
나도 조리원 동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며 돌아오는데 집 앞에서 엄마 둘과 여자아이 둘이 바닥에 선을 밟아가며 정겹게 놀고 있었다. 내 눈에만 유독 저런 광경이 들어오는 건가.
애를 키워보니, 애 키우는 집들끼리 놀러 다니는 이유를 알겠다. 다시 서울에 올라가면 누구네 엄마 아빠랑 어디를 놀러 갈까 요즘은 매일 그 생각뿐이다. 조리원 동기는 없어도 육아 동기는 만들면 되니까. 동기가 생각나는 나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