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08일째, 민성이 D+657
초여름, 비 온 뒤의 하늘은 참 맑다. 어제(11일)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줄 때만 해도 우산을 쓰고 유모차를 끌어야 했는데, 오후가 되니 거짓말처럼 날이 갠다.
아파트 앞 놀이터엔 이제 막 어린이집에서 퇴근한 아이들과 이제 막 그들에게 출근한 엄마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중엔 민성이 반 친구들도 있었다.
아이 엄마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면 딱이겠다 싶었다. 민성이를 안고 놀이터로 향하는데 아이 반응이 영 별로였다. 사실 어느 정도 예감은 하고 있었다. 민성이는 요즘 놀이터에 관심이 없다.
예전엔 아이 눈에 띄지 않도록 일부러 놀이터를 피해 다니고 그랬는데(집에 갈 생각을 도통 안 하니!) 요새 그는 놀이터는 아예 병풍 취급이다. 대신 민성이는 근래 물에 꽂혀있다.
"민성이 어디 갈래?" 매일 어린이집이 끝나면 아이를 안고 묻는다. "물!" 어김없다. 민성이와 걸어서 물을 보러 갈 수 있는 곳이 근처에 딱 한 군데 있다. 아파트 옆 하천이다.
요즘 민성이는 하루에 최소 한 번은 그곳에 가야 한다. 정비되지 않은 하천이라 그리 예쁘지도 않다. 뭐, 아이가 좋아하고 관심 있어하는데 이유가 있나. 이유가 있다 해도 마흔을 바라보는 나로서는 알 턱이 없다.
아이는 아파트와 하천을 경계 짓는 철제 울타리를 따라 왔다갔다 한다. '물'과 '무' 사이 어딘가의 단어, '무울'을 거듭 외치면서. 아이 사주에 물이 좀 부족한가.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말없이 아이의 뒤를 쫓는다.
닷새 동안 민성이와 아파트 외곽을 돌며 물을 보러 다녔더니 또다시 주말이다. 물을 좋아하는 우리 아들을 위해 이번 주말엔 바닷가라도 다녀와야 하나. 평일이 끝나면 주말 걱정, 주말이 끝나면 평일 걱정, 육휴 400일이 넘어도 비슷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