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52일째, 민성이 D+701
22개월 아이와 함께하는 일요일 아침은, 일요일이 아닌 아침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어제(25일)도 민성이는 아침 6시 조금 넘어 일어났다. 당연히 나도 6시 조금 넘어 일어났다.
원래도 늦잠파는 아니었지만, 민성이를 낳고 나선 아예 내 인생에서 늦잠이 삭제됐다. 가끔 아이를 데리고 부모님 집에 가면 늦잠을 잘 기회가 주어지는데, 이젠 몸이 늦잠을 거부한다. 그러고 보면 내 몸도 참 안 됐다.
예전엔 민성이가 일어나면 무조건 아내를 흔들어 깨웠는데, 요즘은 종종 혼자 거실에 나와서 논다. 아내는 나와 달리 잠귀가 어두운 편이라, 아침에 아이가 깨워도 못 일어날 때가 많다.
민성이도 이제 그걸 안 것 같다. (일어나지도 않는) 엄마 앞에서 계속 울면서 시간을 낭비하느니, 거실에 나와 장난감 차를 가지고 노는 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한 게 아닐까, 라고 난 생각한다.
민성이가 그의 애마를 거실 매트 위에 나란히 줄 세우고 있을 때, 난 주방으로 가서 아이 밥을 차린다. 반찬 세 개에 국 하나.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만큼이나 아이 밥을 챙기는 것도 몸이 기계적으로 반응한다.
밥을 차려놓고 민성이한테 밥을 먹을 거냐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안 먹겠다고 한다. 난 재촉하지 않는다. 자기가 먹고 싶으면 알아서 식판 앞에 앉혀달라고 한다.
나는 브런치를 쓰고, 민성이는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일어난다. 민성이는 그제야 밥을 먹겠다며 식탁으로 달려가고, 아내가 아이 밥을 먹이는 동안 나는 외출 준비를 한다.
아침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식탁을 대충 치워놓고 우리 셋은 근처 빵집으로 향한다. 주말 아침은 한 번씩 이렇게 빵집에서 빵과 커피로 아침을 해결한다. 주말 분위기를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 중 하나다.
빵을 먹고 오는 길엔 아무도 없는 아파트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낸다. 한적하고, 시원하다. 내 인생에서 늦잠은 사라졌지만, 민성이와 함께하는 아침 산책이 생겨났다. 늦잠도 좋지만, 그와 함께 여는 아침도 충분히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