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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l 27. 2021

물놀이 비긴즈

휴직 453일째, 민성이 D+702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내가 어저께도 느그 서장이랑 사우나도 가고 밥도 먹고 다했어!'  / 2021.7.26. 우리 집


인터넷에 이번 주 날씨를 검색해본다. 최고 온도 34도.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마치 날씨를 복사해 놓은 것 같다. 하나같이 덥다. 7말 8초에 피서를 가는 이유가 다 있다.


피서를 떠나는 사람들엔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포함된다. 이번 주 수요일부터 일주일 간 또다시 독박육아가 시작된다는 사실이 날 더욱더 덥게 만든다.


민성이는 어제(26일)도 어린이집이 끝나자마자 집으로 직행했다. 예전처럼 다시 오후 산책을 할 수 있으려면 비라도 한 번 시원하게 쏟아져야 하지 않을까. 폭염과 코로나에 당분간 민성이와 나는 영락없이 방콕 신세다.


아내는 어제 야근을 했다. 이번 주 그녀의 팀장이 휴가를 떠나기 전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단다. 아내는 팀장 휴가 때문에 야근을 하고, 나는 어린이집 선생님 휴가 때문에 독박 육아를 해야 한다.


정작 우리 가족은 코로나 때문에 다음 달 중순 예약해뒀던 제주도 티켓도 취소했는데! 원래 푸념을 늘어놓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글을 쓰다 보니 갑자기 억울함이 밀려온다.


저녁밥으로 민성이와 카레를 먹고, 그를 씻길 준비를 한다. 어제 아이는 웬일로 욕조에 장난감을 가져다 놓으며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최근까지만 해도 욕조로 향하는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그였다.

  

불현듯 전날 아내가 욕조 물을 받아놓고 민성이를 씻겼던 게 생각났다. 이제껏 아내도 나도 아이를 씻길 때 샤워기를 사용했지, 욕조에 물을 받아놓고 씻기진 않았다. 


그렇게 씻는 게 재미있었나 보다. 아내 말로는 아이가 계속 앉았다 일어나며 사방팔방으로 물을 튀기고 물장구를 치며 즐거워했단다. 다음날인 어제도 그랬다. 그는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민성이가 욕조에 있으니 어디 가지도 못하고, 그냥 옆에 걸터앉아 아이가 노는 걸 하염없이 지켜봤다. 그는 코끼리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을 손에 담으며 한참을 놀았다. 그 조그만 손바닥이 쭈글쭈글해질 때까지.


어느새 민성이가 물놀이를 한다. 물속에 들어가 물장구를 치고, 컵에 물을 담고 쏟아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논다. 물을 보며 즐거워하는 아이만큼이나, 아이를 보는 나도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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