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성이 아빠 Jul 29. 2021

민성이의 첫 여름방학(1)

휴직 455일째, 민성이 D+704

'자, 그럼 한 번 옥수수를 먹어볼까!' / 2021.7.28. 집 앞 키즈카페


올 것이 왔다. 민성이의 첫 여름방학이다. 어제(28일)부터 시작해 다음 주 수요일까지, 정확히 일주일이다. 육아휴직을 1년 넘게 하고 있지만, 여전히 독박 육아는 버겁고, 무섭다.


아이가 있기 전엔 여름휴가 날짜에 크게 얽매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팀에서 각자 여름휴가 희망일을 적어내라고 하면 선배들, 특히 애 있는 선배들은 앞다퉈 날짜를 써내곤 했다.


나는 이해를 못했다. 7말 8초, 사람도 많고 돈도 많이 드는 여름 극성수기에 왜 서로 휴가를 못 가서 난리인 걸까. 그냥 느긋하게 9월, 아니면 하늘이 더 높고 푸른 10월에 여행하면 얼마나 좋은가.


실제로 아내가 '전생'이라고 표현하는 애 없던 시절, 우리는 아예 여름휴가를 건너 띄고 가을에 휴가를 다녀온 적이 많았다. 유럽도, 하와이도 모두 가을 여행이었다.


이제는 이해가 간다. 애가 있으면 휴가를 7말 8초에 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어린이집, 그리고 후일 유치원이나 학교 방학이 다 이때 하기 때문이다.


선배들이 여름휴가를 7말 8초로 확정하느냐 못하느냐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였던 것이다. 아이 방학 때 휴가를 가면 살고,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그나마 외벌이는 사정이 좀 낫다. 주양육자가 고생스럽긴 하겠지만 어쨌든 아이를 집에서 볼 수는 있다. 한시적 외벌이인 우리 집도 그래서 올해는 그럭저럭 넘길 수 있게 됐다.


난 최근에 일주일간 독박 육아를 했다. 민성이 폐렴 때문이었는데, 다행히 아이 폐에 있는 염증은 사라졌지만, 내 마음과 정신에 생채기가 생겼다. 금요일 저녁 나는 (살기 위해) 아내가 퇴근하자마자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일주일, 짧게는 주말이 오기 전 사흘을 어떻게 보낼지 나름 계획을 세웠다. 독박 육아는 아이와의 싸움이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난 지금까지 번번이 패했다. 이번만큼은 그렇게 놔둘 수 없었다(계속). ###

매거진의 이전글 다른 아이도 예뻐할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