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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성이 아빠 Jul 30. 2021

민성이의 첫 여름방학(2)

휴직 456일째, 민성이 D+705

'아휴, 덥다 더워. 아빠랑 놀아주기 힘들다!' / 2021.7.29. 서천 국립생태원


계획이래 봐야 특별한 건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내 빈곤한 상상력, 그리고 빈약한 의지였겠지만 코로나와 더위 탓도 있었다. 일일 확진자가 2천 명을 바라보는 한여름, 우리 부자가 어디를 갈 수 있을까.


민성이가 어린이집에 가지 않을 땐 아내가 차를 두고 가기 때문에, 그녀를 회사에 데려다주는 걸로 하루를 시작한다. 집에 돌아오면 9시, 독박 육아의 본 게임은 그때부터다. 


계속 집에만 있을 순 없었다. 체감상 아이가 집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놀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남짓이다. 그 시간이 넘어가면 짜증을 내며 몸을 배배 꼬기 시작한다.


이 날씨에 야외 활동은 어렵고 그렇다면 실내뿐인데, 실내는 또 코로나가 걱정이니 내 선택은 문을 열자마자 집 앞 키즈카페로 달려가는 거였다. 


괜찮은 선택이었다. 넓은 키즈카페엔 민성이와 나 둘 뿐이었다. 그곳에 있던 장난감 차들을 모두 헤집어놓고 난 뒤,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키즈카페를 빠져나왔다. 


집에 오니 11시 반, 주스를 먹겠다며 눈물 콧물을 쏟아내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 겨우 점심을 먹였다. 양치질도 시켰겠다 이제 남은 건 낮잠뿐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는 자지 않았다.


나와 있을 때 낮잠을 자지 않는 건 거의 고착화된 듯했다. 이제 그는 내가 자던 말던 상관없이 혼자 거실에서 논다. 어제(29일)도 그는 (무려) 1시간 동안 자지 않고 놀았다. 당연히 집은 엉망이 되었다.


집을 대충 치워놓고 다시 민성이를 태워 부모님 집으로 향했다. 여기까지만 오면 대충 하루를 막은 것이다. 이제부턴 부모님 집에 가서 아내가 퇴근할 때까지 엄마와 같이 민성이를 보면 된다. 


아늑한 이부자리에선 자라고 자라고 해도 안 자던 그는 차 안에서 잠들었다. 확인 사살(?)을 위해 난 그가 완전히 잠들 때까지 차를 타고 부모님 집 근처를 몇 바퀴 돌았다.


써놓고 보면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힘들 때도 많았다. 독박 육아를 할 때 마음은 그릇에 가득 담긴 물과 같아서 조금만 방심해도 넘쳐버린다. 나처럼 마음 그릇이 작은 사람은 더 위험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난 내 그릇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었다(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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