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58일째, 민성이 D+707
토요일 아침, 우리 세 가족은 일찍 집을 나와 근처 빵집으로 향했다. 아내와 나는 그곳에서 빵과 커피로 아침을 해결한다. 민성이는 집에서 밥을 먹고 나왔지만, 밥은 밥이고 빵은 빵이다. 한창 먹을 나이, 23개월의 그에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침 9시밖에 안됐는데도 한낮처럼 덥다. 평소 같았으면 놀이터에 있다 가겠다고 난리를 쳤을 그도, 어제(31일)는 기운 없이 축 늘어져있었다.
오전엔 군산 어린이 교통공원에 다녀왔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교통안전을 비롯해 각종 생활안전, 재난안전교육을 아이들 눈높이에서 받아볼 수 있는 곳이었다.
민성이보다는 조금 더 큰, 주로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교육이 이뤄진다고 했는데, 아내가 전부터 민성이를 데리고 가보고 싶어 했던 곳이라 어제 전격적으로 방문을 단행했다.
그 시설은 뭐랄까, 아내가 지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어 보였다. 평소 안전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그녀에게 그곳은 아주 훌륭한 교육기관이었다.
민성이는 비록 교육 중반부터 집중력을 잃고 재난 안전방 한쪽에 놓여있던 장난감 차에 더 관심을 보였지만, 아이가 조금 더 크면 꼭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은 곳이었다.
교육이 끝나고 점심으로 칼국수를 사 먹고 집에 들어오니 오후 1시 반쯤이었다. 아침 9시가 한낮같이 더웠으니, 진짜 한낮은 말할 것도 없었다. 우리는 셋 다 파김치가 되었다.
특히 민성이는 덥고 지친 데다 잠까지 쏟아졌는지 현관에 주저앉아 집에 들어오지도, 밖에 나가지도 않겠다며 S급 짜증을 퍼부어댔다.
바로 그때 아내가 집 욕조에서 민성이 물놀이를 시켜줘야겠다고 했고, 그게 신의 한 수였다. 민성이는 간간히 그가 좋아하는 주스까지 마셔가며 20분 넘게 물놀이를 했고, 나오자마자 그 길로 두 시간을 넘게 잤다.
이번 주에 나랑 있을 땐 낮잠을 아예 안 자거나 자도 차 안에서 1시간 이내 쪽잠을 자던 그였다. 왜 육아 선배들이 여름엔 그렇게 물놀이 물놀이 물놀이하는지 알았다. 여름 물놀이는 진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