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459일째, 민성이 D+708
8월이다. 지난해 5월부터 육아휴직을 시작했으니 난 어느새 휴직 1년 4개월 차에 접어들었고 민성이는 이제 두 돌을 향해 간다. 두 돌이라니, 많이 키웠다 그래도.
민성이 23개월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폐렴 진단과 함께 시작됐다. 난 지난겨울 코로나 3차 유행으로 어린이집이 휴원한 지 반년만에 민성이와 둘이 집에 남겨졌다(폐렴 전쟁(1),(2),(3)).
난 이제 민성이를 꽤 잘 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을 며칠 안 가니 내 밑천이 곧바로 바닥을 드러냈다. 가정보육이 끝나던 금요일, 아내가 퇴근하자마자 나는 집을 뛰쳐나갔다(결국 아이를 밀쳤다).
지난달엔 민성이가 어린이집에 안 가는 날이 많았다. 월초엔 아이 폐렴 때문에 등원을 못했고, 월말엔 여름방학이 찾아왔다. 내가 아이였을 때 맞는 방학과 부모가 돼서 맞는 방학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민성이의 첫 여름방학(1),(2),(3)).
아이 폐렴에 이어 여름방학까지 독박 육아 2 연타를 맞으면서 나는 내 미성숙함을 다시 한번 발견했고, 또 한 번 실망했다. 하지만 문제점을, 개선의 출발지점을 더 정확히 인지했다는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지난달엔 민성이를 데리고 부모님과 경남 밀양에 있는 이모집에 다녀왔다(밀양 기행(1),(2),(3)). 이 여행엔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하나는 왕복 6시간이라는, 이제껏 민성이와 다녀온 것 중에 최장거리 여행이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아이를 낳고 아내에게 처음으로 2박 3일이라는 자유시간이 주어졌다는 점이다.
23개월의 민성이는 이전보다 눈치가 훨씬 빨라져 양치를 시키려고 하면 냅다 도망치는 일이 잦아졌고(눈치 22개월 단), 반년 전에 산 추피 시리즈를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추피가 진짜 왔다).
언제나 그렇듯 민성이는 지난 한 달도 건강하고 밝게 자라주었다. 문제는 나였다. 아이와 둘이 보내는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지면서 힘들었고, 고민도 많았다.
제자리걸음이거나 때론 뒷걸음질 치는 것 같아도, 어느새 민성이 또래 아이들을 잘 돌보게 된 것처럼(다른 아이도 예뻐할 수 있을까) 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번 달도 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민성이와 함께, 한 걸음씩. ###